진료실 소개
이훈희 원장님의 기능의학

[기능의학 칼럼] 인체의 배터리이자 소모품, NAD의 모든 것 (Feat. 비타민 B3가 필수인 이유)

"잠을 자도 피곤하다",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하시나요?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닙니다. 당신의 세포 속 '전압'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Metabolism)와 노화(Aging)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분자, NAD(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에 대해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파헤쳐 보겠습니다.
왜 비타민 B3를 먹어야 하는지, 왜 나이가 들면 NAD가 고갈되는지, 그 비밀을 기계 공학적 비유를 들어 설명해 드립니다.

1. NAD란 무엇인가? : 전자를 담는 그릇

NAD는 쉽게 말해 "고에너지 전자(Electron)를 담아 나르는 충전식 배터리"입니다.
우리가 밥(탄수화물, 지방)을 먹으면, 몸은 이를 분해해서 전자를 뽑아냅니다. 이 전자를 미토콘드리아라는 발전소로 배달해 주는 트럭이 바로 NAD입니다.

[심화] 니코틴아마이드의 마법 (유기화학적 원리)

"어떻게 작은 분자가 전기를 담을 수 있을까요?"
비밀은 NAD의 머리 부분인 '니코틴아마이드(비타민 B3)'의 구조에 있습니다.
1.
방전 상태 (NAD+): 니코틴아마이드 고리는 '방향족(Aromatic)' 상태입니다. 벤젠 고리처럼 매우 안정적이고 편안한 상태죠.
2.
충전 (H-의 공격): 음식에서 나온 하이드라이드(H-: 수소 이온+전자 2개)가 이 고리를 강제로 공격합니다.
3.
완충 상태 (NADH): 전자를 억지로 구겨 넣으면서, 고리의 안정적인 방향족성이 깨집니다(Non-aromatic).
핵심: NADH는 "불편함(Instability)"이라는 형태로 에너지를 저장합니다. 다시 안정적인 방향족으로 돌아가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죠. 그래서 미토콘드리아를 만나면 전자를 아주 강력하게 던져줄 수 있는 것입니다.

2. 두 가지 운명 : 태울 것인가, 지킬 것인가?

NAD는 용도에 따라 두 가지 형태로 변신합니다. 몸은 이 둘을 철저하게 구분해서 사용합니다.

① NADH : "발전소용 땔감"

주요 임무: 미토콘드리아(ETC)로 가서 전자를 쏟아붓고 ATP(에너지)를 만듭니다.
비유: 화력발전소에 던져 넣는 석탄입니다.

② NADPH : "공장용 벽돌 & 수리 키트"

차이점: NADH에 인산기(Phosphate, P)라는 태그가 하나 더 붙어 있습니다.
주요 임무:
1.
합성(Product): 지방, 콜레스테롤, 성호르몬을 만들 때 재료를 붙이는 접착제로 쓰입니다.
2.
방어(Protection): 글루타치온(항산화제)이 산화됐을 때, 다시 충전해 주는 유일한 전력원입니다.
비유: 건물을 짓거나 방패를 수리하는 전동 드릴 배터리입니다.
Note: 우리 몸은 기본적으로 NAD+를 먼저 만듭니다. 그러다 항산화가 필요하거나(글루타치온 환원력 제공), 성장해야 할 때(지방산, 콜레스테롤, 퓨린/피리미딘 합성) 인산화효소(NAD Kinase)가 작동해 NAD+를 NADP+로 업그레이드합니다.

3. 미스터리 : 왜 자꾸 사라지는가? (NAD 고갈의 원인)

많은 분들이 "NAD는 배터리라며? 그럼 충전해서 계속 쓰면 되지, 왜 자꾸 공급해줘야 해?"라고 묻습니다.
아주 날카로운 질문입니다. 사실, NAD는 '재사용 가능한 트럭'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회용 소모품'이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NAD가 급격히 줄어드는 이유는 바로 이 '소모(Consumption)' 때문입니다.

범인 1. DNA 수리반 (PARP)

자외선, 방사선, 활성산소로 인해 DNA가 손상되면, PARP라는 효소가 출동합니다. 이 효소는 DNA를 수리하기 위해 NAD 분자의 목을 비틀어 찢어버립니다. NAD를 '전자 운반체'가 아니라, 찢어진 DNA를 붙이는 '청테이프'로 써버리는 거죠.

범인 2. 장수 유전자 (Sirtuins)

요즘 핫한 노화 방지 유전자, 서투인(Sirtuin)은 공짜로 일하지 않습니다. 유전자의 나쁜 스위치를 끄기 위해 NAD를 연료로 태워서 없애버립니다.

범인 3. 만성 염증 (CD38)

우리 몸에 염증이 생기면 면역 세포가 비상을 겁니다. 이때 CD38이라는 효소가 NAD를 물 쓰듯 낭비하며 사이렌을 울립니다. 노화된 세포(Zombie Cells)가 많을수록 이 낭비는 심해집니다.

4. 결론 :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 계속 부어라!

정리하자면, 당신이 숨만 쉬어도(산화 스트레스) DNA는 계속 미세하게 손상되고, 몸은 그걸 고치느라 매초 수십억 개의 NAD를 찢어서 없애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1.
DNA 손상은 늘어나고 (수요 폭증)
2.
NAD 합성 능력은 떨어집니다 (공급 부족)
이것이 바로 노화(Aging)의 본질 중 하나입니다.
NAD가 부족해지면 미토콘드리아 엔진이 꺼지고(만성 피로), DNA 수리가 멈추며(암 위험 증가), 해독 방패(글루타치온)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솔루션]
우리 몸의 공장이 멈추지 않게 하려면 원료를 끊임없이 넣어줘야 합니다.
비타민 B3 (나이아신/나이아신아마이드): NAD의 직접적인 원료입니다.
트립토판 (단백질): 고기를 먹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트립토판으로도 NAD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항산화제: NAD가 낭비되는 원인(염증, 활성산소)을 줄여줍니다.
당신의 몸은 정교한 기계입니다. 배터리가 방전되기 전에, 올바른 연료를 채워주세요.
본 칼럼은 기능의학적 관점에서 인체 생리를 알기 쉽게 재해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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