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엽산 결핍은 비단 자폐스펙트럼장애(ASD)에서만 문제되는 건 아닙니다. ADHD, 조현병, 우울증 등 다양한 정동장애 등이 10대에서 문제가 되고, 50세 이상에서는 치매와 간대성근경련 등과 연관이 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오늘 글은 뇌 엽산 결핍(CFD)을 유발하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크게 자가면역성 원인, 미토콘드리아 결함, 유전적 결함, 그리고 대사 이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엽산 수용체 알파(FRα) 자가항체 (가장 흔한 원인)
가장 주된 원인은 혈청 내에 엽산 수용체(FRα)를 공격하는 자가항체가 존재하는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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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용 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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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단형(Blocking) 항체: 엽산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부위를 직접 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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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형(Binding) 항체: 수용체의 다른 부위에 붙는 항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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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항체 모두 보체 매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데, 그 결과 수용체-자가항체 복합체가 파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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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엽산이 맥락막총(Choroid plexus)을 통과해 뇌척수액(CSF)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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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와의 관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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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FRα 단백질은 우유(동물성 유래)에 들어있는 FRα 항원과 아미노산 서열이 90% 일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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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적으로 취약한 사람이 우유를 섭취하면, 장 면역계가 우유 속 FRα를 공격하는 항체를 만들고, 이 항체가 뇌의 FRα까지 공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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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제한 식이(Milk-free diet)를 3개월 이상 하면 항체 수치가 떨어지고, 다시 먹으면 항체가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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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상의 해석 주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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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α 자가항체 농도는 5~7주 동안 오르락내리락 변동을 합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음성이나 항체 역가가 낮더라도 몇 주 뒤에 항체 수치가 오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조현병(Schizophrenia) 환자들의 경우, 이 항체 수치가 높을 때(High titer)는 뇌 엽산이 부족해져 증상이 심해지고(양성 증상), 항체가 낮아지면 증상이 좀 나아지는 주기를 보일 수 있습니다.
2. 미토콘드리아 결함 (에너지 대사 장애)
미토콘드리아 질환도 CFD의 원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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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질환: 컨스-세이어 증후군(Kearns-Sayre syndrome), 알퍼스 병(Alper's disease)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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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전: 엽산이 뇌로 이동(ATP를 활용한 능동수송)하거나 세포 내에 저장(ATP를 활용한 folylpolyglutamate synthetase, 엽산 꼬리에 글루타메이트를 여러개 만들어야 세포 내에서 잡아둘 수 있습니다)되려면 ATP(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로 ATP 생산이 안 되면, 능동 수송이 멈추고 엽산 저장 효소(folylpolyglutamate synthetase)도 작동하지 못해 뇌 엽산 결핍이 발생합니다.
3. 유전자 변이 (직접적인 수송체 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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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R1 유전자 변이: 엽산 수용체(FRα) 자체를 만드는 유전자에 결함이 있어 수용체 기능이 상실되는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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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C 유전자 변이: 'Capicua'라는 전사 억제 유전자의 변이로, 엽산 수송 유전자(FOLR1, PCFT, RFC1)의 프로모터 부분에 붙어 결과적으로 유전자 발현을 감소시켜 엽산 수용체 결핍을 유발합니다.
4. 뇌 신경계 내 엽산 대사 이상 (선천성 대사 오류)
아래 네 가지 효소는 상염색체 열성 유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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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Phosphoglycerate dehydrogenase 결핍: 세린(Serine) 합성이 안 되어, 엽산에게 탄소를 공급해줄 '공여자'가 부족해지는 현상입니다. 엽산은 1탄소 대사에서 1탄소를 전달하는 캐리어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때의 1탄소는 세린, 글리신, 히스티딘 등 다양한 아미노산에서 유래되어 엽산으로 전달된 후 퓨린/티미딘 등의 합성에 활용되거나 호모시스테인 재메틸화에 활용됩니다. 그래서 이 과정 전체가 원활해야 엽산의 1탄소 대사가 원활히 유지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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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henyl-THF synthetase 결핍: 5-formyl-THF가 5,10-methenyl-THF로 변환되지 못해, 세포 내에 쓸모없는 형태(5-formyl-THF)만 쌓이고 정작 필요한 5-MTHF는 낮아집니다. (이 경우 5-formyl-THF의 구조인 폴린산 치료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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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hydropteridine reductase (DHPR) 결핍: 뇌에서는 DHFR 효소가 매우 적기 때문에, DHPR 효소가 사실상 엽산 환원(DHF→THF)에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효소가 없으면 뇌 속 THF가 고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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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족 L-아미노산 탈탄산효소(AADC) 결핍: AADC는 L-도파로부터 도파민을, 5-HT로부터 세로토닌을 합성하는 효소입니다. AADC의 결핍이 있으면 도파민/세로토닌 합성이 안 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만약 AADC의 결핍으로 도파민의 전구체인 L-dopa가 쌓이면, 쌓인 L-dopa를 분해하기 위해 SAM(메틸기 공여자)을 과도하게 사용(COMT 효소 활용)하게 되고, 이를 보충하느라 엽산(5-MTHF)까지 덩달아 고갈됩니다.특히 파킨슨병에 활용하는 carbidopa, benserazid는 말초 AADC를 억제하는 용도로 L-도파와 같이 활용되는데, 이 경우 SAM과 5-MTHF은 과도하게 소모가 되므로 반드시 보충이 필요합니다.
5. 기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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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 증후군(Rett syndrome): MECP2 유전자 변이(X 성염색체 유전)와 관련하여 비기능성(엽산 수송의 기능이 없는) 엽산 수용체가 발현되어 정상 수송을 방해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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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산소(ROS): 산화 스트레스가 높으면 엽산(MTHF) 자체를 분해하거나, 엽산 수송체(FRα, RFC1)를 손상시켜 결핍을 유발합니다. 또한 MS, tryptophan hydroxylase와 같은 엽산 대사 연관된 다양한 효소의 기능을 떨어뜨리거나, DNA의 산화손상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요약하자면, 뇌 엽산 결핍은 단순히 엽산을 적게 먹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1) 자가면역 항체가 수송을 막거나(특히 동물성 우유와 관련), 2) 에너지가 부족해서 배달 혹은 세포내 저을 못 하거나(미토콘드리아), 3) 유전적으로 수송체가 고장 났거나, 4) 뇌 안에서 엽산을 활용하는데 문제가 있는 복합적인 원인들에 의해 발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