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학계와 언론에서는 '롱코비드(Long COVID, 코로나 후유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낮은 코르티솔 수치(Low Cortisol)'를 지목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만성 피로, 브레인 포그(Brain fog) 등 롱코비드의 증상이 마치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부신 피로(Adrenal Fatigue)'나 부신 기능 저하증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네이처(Nature)지에 실린 연구가 이를 뒷받침하며 많은 관심을 끌었죠.
하지만 오늘 소개해드릴 The American Journal of Medicine의 최신 논평(Commentary)은 이러한 주장에 제동을 걸며, 매우 중요한 '진단학적 맹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논문을 바탕으로 왜 단일 코르티솔 검사가 위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올바른 호르몬 해석법은 무엇인지 깊이 있게 알아보겠습니다.
1. 쟁점의 시작: 롱코비드는 코르티솔 문제인가?
코르티솔은 우리 몸의 스트레스 대응, 면역 조절, 대사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호르몬입니다. 코르티솔은 부신에서 생성되는 주요 글루코코르티코이드 호르몬이며, 코르티솔의 분비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에 의해 밀접하게 조절됩니다. 이 과정은 시상하부에서 코르티코트로핀 방출 호르몬(CRH)이 방출되면서 시작되며, 이는 뇌하수체에서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ACTH)의 생성을 자극합니다. 결과적으로 ACTH는 부신이 코르티솔을 방출하도록 유도합니다.
롱코비드는 쇠약해질 수 있는 다양한 지속적인 증상(예: 피로, 통증, 브레인 포그)과 관련이 있습니다. 롱코비드와 코르티솔과 관련하여 최근 두 가지 상반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
Klein 등의 연구 (2023, Nature): 롱코비드 환자들의 코르티솔 수치가 대조군에 비해 현저히 낮았으며, 코르티솔 수치 하나만으로도 롱코비드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AUC 0.96).
•
Fleischer 등의 연구 (2024): 반면, 이 후속 연구에서는 롱코비드 환자와 일반인 사이에 코르티솔 수치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보고했습니다.
왜 이렇게 상반된 결과가 나왔을까요? 오늘 분석할 논문의 저자들은 그 이유를 '측정 방법의 오류'에서 찾습니다.
2. 코르티솔은 '롤러코스터'를 탄다 (일주기 리듬의 중요성)
이 논평의 핵심 비판은 "코르티솔은 하루 종일 춤을 춘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점입니다.
•
기상 후 각성 반응 (Cortisol Awakening Response, CAR): 코르티솔은 아침에 눈을 뜬 직후 30분 이내에 최대 60%까지 급격히 상승합니다.
•
일주기 및 초일주기 리듬 (Circadian & Ultradian Rhythms): 이후 수치는 급격히 떨어지며 저녁에 최저점을 찍습니다. 또한, 하루 중에도 맥박이 뛰듯 여러 번의 상승과 하강(pulsatile pattern)을 반복합니다.
문제는 앞서 언급된 두 연구 모두 '단 한 번의 채혈(Single measurement)'로 코르티솔을 측정했다는 것입니다.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호르몬을 딱 한 시점에만 측정해서는 그 사람의 전체적인 부신 기능을 평가할 수 없습니다.
3. 결정적 변수: 수면 패턴의 변화
특히 롱코비드 환자들의 데이터를 해석할 때 더욱 주의해야 할 점은 '수면 장애'입니다. 롱코비드 환자들은 불면증이나 수면 패턴의 변화를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
만약 환자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져 기상 시간이 달라진다면, 코르티솔의 하루 곡선(Diurnal curve) 자체가 이동합니다.
•
예를 들어, 롱코비드로 인한 수면장애에서 기상 시간이 평소보다 앞당겨졌다면 특정 시간(예: 오전 9시)에 검사를 했을 때 실제로는 기능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수치가 낮게 측정될 수도 있습니다.
즉, '기상 후 경과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채혈 시간'만 기록한 기존 연구들은 데이터 해석에 심각한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4. 전문적 견해 및 결론: 무엇이 필요한가?
이 논평은 현재의 데이터만으로는 롱코비드의 바이오마커로 코르티솔을 사용하거나, 치료 목적으로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결론짓습니다.
[기능의학적 관점의 보강] 우리가 병원에서 흔히 하는 혈액 검사(Serum Cortisol)는 순간의 스냅샷일 뿐입니다. 부신 기능(HPA 축)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접근이 필요합니다.
1.
연속적 측정: 하루 동안의 호르몬 변화 패턴을 보기 위해 타액(Saliva)이나 소변을 이용해 여러 번 검체를 채취해야 합니다.
2.
24시간 프로파일링: 최근 기술의 발달로 24시간 동안 수면 중을 포함하여 연속적으로 코르티솔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3.
개별 맞춤 해석: 단순한 수치 비교가 아니라, 환자의 기상 시간과 수면 패턴을 고려한 '곡선의 기울기'와 '각성 반응(CAR)'을 분석해야 합니다.
결론: "코르티솔 수치가 낮다"는 결과지 하나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그 수치가 나온 맥락과 나의 생활 리듬을 함께 고려하는 정밀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롱코비드와 부신 기능의 관계는 분명 중요하지만,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더 엄격하고 과학적인 측정 방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임상 현장에서는 단일 측정에 준하는 경우가 많지만, 단일 측정이라 하더라도 이상적으로는 단순히 하루 중 특정 시간이 아니라 기상 후 경과 시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여건이 된다면 혈액이나 타액 샘플의 다중 측정을 사용하여 기준선(baseline)으로부터의 변화, 코르티솔 각성 반응의 크기, 또는 일주기 곡선의 상승 및 기울기를 분석하는게 중요합니다.
참고문헌: Alaedini A, Lightman S, Wormser GP. Is Low Cortisol a Marker of Long COVID? Am J Med. 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