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는 정상인데 증상은 남는 이유”의 진짜 구조
갑상선 관련 상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이겁니다.
“수치는 정상이라는데 왜 이렇게 힘들죠?”
이 질문에 답이 안 나오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갑상선은 ‘호르몬 하나’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장–미생물–면역–스트레스–담즙–영양소가
어떻게 갑상선 기능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지,
기전 위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1. 장내세균은 갑상선 호르몬을 “다시 쓸 수 있게” 만든다
우리 몸에는 한 번 쓰고 끝나는 호르몬만 있는 게 아닙니다.
•
T3S (T3 sulfate)
•
T3AC (T3 acetate)
이 형태의 갑상선 호르몬은
장내 유익균의 작용을 통해 다시 활성형 T3로 재전환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지면(dysbiosis):
•
이 재전환 과정이 크게 줄어들고
•
혈액검사에서는 그럴듯해 보여도
•
실제로 세포에서 쓸 수 있는 T3는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검사는 정상인데 갑상선 증상은 남아 있는”
대표적인 기전 중 하나입니다.
2. 장 염증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통해 갑상선을 억제한다
스트레스는 단순히 마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장 자체도 강력한 스트레스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장에 염증이 있거나,
•
장내 불균형
•
면역 반응
•
위장관 질환
이 존재하면 몸은 이를 위협으로 인식하고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늘립니다.
문제는 이 코르티솔이:
•
활성 T3를 감소시키고
•
비활성 T3(reverse T3)를 증가시킨다는 점입니다.
즉,
장 염증 → 코르티솔 상승 →
대사를 일부러 낮추는 방향으로 갑상선이 조절됨
이건 병이 아니라 생존 반응이지만,
지속되면 만성 갑상선 기능저하 증상으로 이어집니다.
3. LPS: 장내세균의 ‘세포벽 조각’이 갑상선을 직접 방해한다
장–갑상선 연결에서 매우 중요한 물질이
LPS (lipopolysaccharides) 입니다.
LPS는 특정 장내세균의 세포벽 성분으로,
장 투과성이 증가하면 혈류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LPS가 많아지면 갑상선에는 이런 일이 동시에 벌어집니다.
•
갑상선 호르몬 수치 감소
•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 둔감화
•
비활성 T3 증가
•
TSH 감소 (검사상 더 정상처럼 보이게 함)
•
자가면역성 갑상선 질환 촉진
호르몬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호르몬이 있어도 작동하지 않는 상태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4. 장은 ‘영양소 조절자’다: 요오드·철·구리의 숨은 변수
갑상선에 필요한 미량영양소는 단순히 “먹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장 상태와 장내 미생물이 실제 사용 가능성을 좌우합니다.
장내 미생물과 영양소
•
장내 미생물은 단쇄지방산(SCFA) 을 만들어
→ 철의 생체이용률을 높입니다
•
장내 미생물은
→ 요오드가 얼마나 사용되고, 어떻게 순환되는지에도 관여합니다
•
염증성 장 질환이나 장 염증이 있으면
→ 요오드 흡수 자체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임상에서는 이런 패턴이 흔합니다.
•
철/페리틴이 계속 낮음
•
요오드를 보충해도 반응이 미미
•
미량영양소를 먹어도 “티가 안 남”
5. 면역 시스템의 70%는 장에 있다 (GALT)
우리 면역 시스템의 약 70%는 장에 존재합니다.
이를 GALT (Gut Associated Lymphoid Tissue) 라고 합니다.
이곳에는:
•
T 림프구
•
B 림프구
같은 면역 세포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위협이 감지되면 바로 반응합니다.
그런데 장이 새면(leaky gut)?
•
원래 통과하면 안 되는 물질이 혈류로 들어가고
•
면역 반응이 과도해지고
•
하시모토처럼 자가면역 반응이 유지·증폭될 수 있습니다
또 흥미로운 점은,
갑상선 자가면역으로 면역 시스템이 과부하 상태가 되면
그 자체가 다시 장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장
면역
갑상선은 양방향입니다.
6. T4 → T3 전환은 ‘장 효소’에 의존하기도 한다
일부 T4는
장내 유익균이 만드는 효소(장내 설파타제) 를 통해
활성형 T3로 전환됩니다.
장내 불균형이 있으면:
•
이 효소 활성이 줄고
•
T4는 충분한데 T3가 낮은 패턴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약은 먹고 있는데, 몸은 그대로”
라는 말이 나옵니다.
7. 변비는 단순 증상이 아니다: 호르몬 순환 문제
갑상선 기능저하에서는 장 운동이 느려지고,
그 결과 변비가 흔해집니다.
그런데 변비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장 통과 시간이 길어지면
•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떨어지고
•
순환 에스트로겐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는:
•
생식 건강
•
가임력
•
폐경기 증상
과도 연결됩니다.
갑상선–장–호르몬 축이 막혀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8. 담낭과 담즙: 갑상선 대사의 숨은 조절자
담낭은 담즙을 저장합니다.
담즙은 단순히 지방 소화용이 아닙니다.
•
갑상선 호르몬 변화에 영향을 주고
•
지방 및 지용성 영양소 흡수를 돕고
•
호르몬·독소 배출에 관여합니다
갑상선 기능저하가 있으면
담즙산 수치가 낮아지는 경향이 관찰됩니다.
담즙이 부족하면:
•
소화·흡수 저하
•
호르몬 처리 능력 저하
•
독소 배출 저하
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습니다.
9. 프로바이오틱스는 ‘조건부로’ 의미가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 프로바이오틱스가 갑상선 호르몬 기능과
미네랄 이용 가능성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다만 중요한 전제는 이겁니다. (매우 중요)
장 환경이 염증·정체 상태라면
무작정 넣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어떤 경우든 저는 프로바이오틱스 활용을 반대합니다.
장내 불균형이란 결국 SIBO, SIFO를 의미하는 경우가 임상적으로 더 많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꼭 짚고 갈 점
•
장 문제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갑상선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
하지만
소화 증상 + 갑상선 증상이 같이 있다면
두 축을 분리해서 보는 건 한계가 큽니다
갑상선은 단독 장기가 아닙니다.
장–미생물–면역–스트레스–담즙–영양소
이 전체 환경 위에서 작동합니다.
정리하면,
“갑상선 문제는 호르몬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그 호르몬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의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