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소개
이훈희 원장님의 기능의학
🍚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갑상선에는 정말 좋을까?

“탄수화물 줄이면 살 빠진대요.”
“케토식단이 염증에 좋다던데, Hashimoto병병에도 괜찮나요?”
진료실에서 정말 자주 듣는 질문이에요.
분명 저탄수·케토식단이 체중·혈당·인슐린저항성에 도움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갑상선 기능저하·Hashimoto병을 가지고 있거나,
TSH·T3가 불안정한 분들에게는
저탄수 다이어트가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기능의학 관점에서,
저탄수·케토식단이 갑상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특히 여성·Hashimoto병 환자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저탄수 식단과 갑상선을 “현실적으로” 조율하는 방법
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1. ‘저탄수’라고 하면 어느 정도를 말할까?

먼저 용어 정리부터 할게요.
저탄수화물 식단 (Low Carb)
보통 전체 열량의 30% 이하를 탄수화물로 제한
하루 대략 20–100g 전후 (연구마다 범위 다름)
아주 저탄수·케토제닉 (Very Low Carb / Keto)
하루 탄수화물 20–50g 미만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매우 높이고
단백질은 중간 정도로 유지
몸을 케토시스(ketosis) 상태로 만들어 지방을 주 연료로 쓰게 하는 식단
문제는,
우리 갑상선, 부신, 여성 호르몬, 장이 이런 변화를
모두 좋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2. 갑상선 호르몬, 아주 빠르게 복습하기

딱 필요한 만큼만 정리해볼게요.
TSH
뇌(뇌하수체)에서 분비
갑상선을 “더 만들어!” 혹은 “그만!”이라고 조절하는 지휘자
T4 (thyroxine)
갑상선에서 많이 생산되는 “비활성” 호르몬
몸 곳곳(간, 장, 뇌, 근육)에서 T3로 변환돼야 진짜 힘을 발휘
T3 (triiodothyronine)
실제로 세포 대사를 올리고, 체온, 에너지, 머리 회전, 장 운동 등을 담당하는 액티브 호르몬
rT3 (reverse T3)
T4가 “안 쓰는 방향”으로 빠져나간 형태
스트레스·기아 상태에서 올라가며, T3의 작용을 방해할 수 있음
저탄수·케토는 이 T4 → T3 변환, 그리고 rT3 생성에
꽤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3. 저탄수·케토식단이 갑상선에 주는 대표적인 영향

1) T3 감소, 대사 속도 저하

연구와 임상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패턴 하나:
저탄수·케토 식단 이후 T3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유를 단순하게 말하면,
“몸이 탄수화물이 부족한 상황을
‘기아 상태, 에너지 절약 모드’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피로감·기력 저하
추위를 많이 탐
변비
머리 회전이 둔해지고 브레인 포그
탈모, 생리 불규칙
같은 증상이 더 심해지거나 새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2) rT3 증가, “브레이크”가 더 많이 걸리는 몸

에너지 공급이 부족하면,
몸은 대사를 일부러 낮추기 위해 rT3를 올리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T3는 “가속 페달”,
rT3는 “브레이크”에 가까운 역할이라 생각하시면 편해요.
저탄수·케토 + 스트레스(코르티솔)까지 겹치면,
이 브레이크가 더 세게 밟힐 수 있어요.

3) 부신(코르티솔)과의 악순환

탄수화물을 극도로 줄이면,
혈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까지 꽤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사이를 메우는 게 바로 부신 호르몬(코르티솔) 입니다.
저탄수 → 혈당 흔들림 →
코르티솔·아드레날린 동원 →
T4 → T3 변환 방해, rT3 증가 →
결과적으로 갑상선 기능 더 저하
이 패턴이 반복되면,
“케토 시작하고 오히려
잠이 더 깨고, 심장 두근거리고, 피곤한데 잠은 안 와요.”
라고 하시는 분들이 나옵니다.

4) 장 건강과 저탄수, 그리고 갑상선

케토·고지방 식단은 장내 미생물 구성에도 영향을 줍니다.
평소 소화력보다 훨씬 상회하는 지방량과 불필요한 과량의 섬유질 조합(Green Keto 등)은
일부에서는 장 점막, 장 투과성(leaky gut)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고
장내 염증이 늘어나면
Hashimoto병 같은 자가면역성 갑상선질환도 자극될 수 있습니다.
갑상선 호르몬의 상당 부분이 간·장에서 T4 → T3로 변환되기 때문에,
장·간이 흔들리면 갑상선도 같이 흔들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4. Hashimoto병·갑상선 저하증에서 저탄수가 특히 조심스러운 이유

Hashimoto병(자가면역성 갑상선염)는
갑상선을 향한 면역 반응과 염증이 핵심인 질환입니다.
여기에 저탄수·케토식단이 겹치면,
1.
T3 감소, rT3 증가로 대사 더 떨어질 수 있고
2.
스트레스·코르티솔 증가로 면역·염증 조절이 더 어려워질 수 있고
3.
영양소 결핍 위험이 커집니다. (요오드, 셀레늄, 아연, 철, 마그네슘 등)
실제로 케토를 강하게 오래 하신 분들 중에,
평소보다 머리가 더 빠지고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이전보다 더 피곤·냉증·우울감이 심해져서
진료실에 들어오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5. “갑상선은 탄수화물을 싫어하지 않는다”

– 왜 갑상선은 어느 정도 탄수화물이 필요할까?

탄수화물 = 갑상선의 적
이렇게 단순하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갑상선 입장에서 “없는 게 문제”인 경우가 많아요.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고 변환하는 과정에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요합니다.
탄수화물이 너무 부족하면,
몸은 “에너지 아끼기 모드”로 들어가고
T4 → T3 변환이 줄어들며
기초 대사를 낮춰버립니다.
또한 탄수화물은 인슐린 분비를 통해
세포 안으로 에너지를 들여보내는 신호를 줍니다.
이 과정이 너무 약해지면
오히려 갑상선 + 인슐린 시스템 전체가 둔해지는 상황도 나옵니다.
관건은:
“탄수화물을 얼마나, 어떤 형태로,
내 몸 상태에 맞게 쓰느냐”
입니다.

6. 여성·호르몬 관점에서 보는 저탄수의 함정

여성은 특히 체지방·에스트로겐·갑상선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체중이 급격히 떨어지고
체지방이 빠르게 줄면
에스트로겐이 확 떨어질 수 있고,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거나
무월경(아예 생리가 끊김)이 생기기도 합니다.
여기에 저탄수·케토로 T3까지 떨어지면
질 건조
골밀도 저하 위험
기분 변화
등이 함께 올 수 있습니다.
이미 Hashimoto병, 갑상선 저하증, 불규칙한 생리, PCOS 등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라면,
“체중 감량만 보고 무작정 탄수화물부터 줄이는 전략”은
댓가를 크게 치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7. 그럼 저탄수는 다 나쁜 거냐?

— 아닙니다. 포인트는 “누구에게, 어느 정도, 얼마나 오래”

저탄수·케토식단이 도움 되는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한 인슐린저항성,
비만, 지방간,
혈당 롤러코스터가 심한 단계
에서는 일시적으로 탄수화물을 줄이는 전략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다만, 갑상선 입장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1.
갑상선이 이미 약한 상태인지
2.
Hashimoto병(자가면역)가 있는지
3.
부신·스트레스·수면 상태는 어떤지
4.
현재 먹는 약(갑상선 호르몬, 혈당강하제 등)은 무엇인지
를 먼저 보고,
그 뒤에
탄수화물 “0에 가깝게”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하한선과 질(quality)” 을 잡는 것이 핵심입니다.

8. 갑상선이 있는 사람이 저탄수를 시도한다면

최소한 이것만은 체크하고 가자

1) 피검사로 보는 부분

저탄수·케토를 시도하거나 이미 하고 있다면,
TSH만 보지 말고 아래 항목들을 함께 확인해보시는 걸 권장합니다.
TSH
Free T4 (FT4)
Free T3 (FT3)
필요시 Total T3, rT3
갑상선 항체
Anti-TPO, Anti-Tg
페리틴·철, 셀레늄, 아연, 비타민 D 등
T3가 떨어지거나, rT3가 올라가고,
증상이 더 나빠졌다면
지금 하고 있는 저탄수 강도·기간을 재조정해야 할 때입니다.

2) 식단에서 조정해 볼 수 있는 것들

완전 케토(20g 미만)보다는 “저탄수 + 적절한 탄수화물 유지” 쪽으로
탄수화물은
흰쌀, 잘 익힌 감자·고구마 등
소화가 편하고, 장에 무리가 덜 가는 것 중심으로
저녁에 소량의 탄수화물을 넣어
수면, 코르티솔, 밤 사이 저혈당 스트레스를 완화
장 건강을 위해
소화력을 넘어서는 너무 극단적인 고지방+과량의 섬유질 조합은 피하고
개인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저섬유질, 적당한 단백질과 양질의 지방을 함께 조정

3) 스트레스·수면·부신 관리

저탄수로 가면서
잠이 더 깨고
새벽에 자주 깨고
심장이 더 빨리 뛰고
기분이 더 예민해졌다면
이건 단순한 “적응 과정”이 아니라
부신·갑상선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수면 시간·질 확보
카페인·과격한 야간 운동 조정
심호흡, 명상, 가벼운 스트레칭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점검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9. 마무리 – “다이어트”보다 먼저,

“지금 내 갑상선이 버틸 수 있는 상태인가?”부터

정리하면,
저탄수·케토식단이 모든 사람에게 나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미 갑상선이 약하거나
Hashimoto병가 있거나
피로·브레인 포그·냉증·탈모·생리불순이 있는 분들에겐
“세게, 길게, 극단적으로” 하는 저탄수는 리스크가 큽니다.
그래서 다이어트나 혈당 때문에
탄수화물을 줄이기 전에, 항상 이 질문을 먼저 던져보셨으면 해요.
“지금 내 갑상선이
이 식단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상태인가?”
그 답을 찾는 가장 쉬운 첫 단계는,
증상과 패턴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는 것입니다.

“저탄수 vs 내 갑상선”

먼저, 자가설문으로 체크해보세요

저탄수·케토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전략인지,
아니면 갑상선을 더 지치게 하는 선택인지
혈액검사 수치 + 증상 패턴을 같이 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 시작점으로,
제가 만든 「갑상선 자가설문」을 활용해보세요.
지금 내 증상이
단순 피곤함인지,
갑상선·부신·저탄수 다이어트와 연결된 패턴인지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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