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소개
이훈희 원장님의 기능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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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계란 냄새나는 가스, 황화수소(H₂S) SIBO를 의심해야 할 때

“방귀 냄새가 유난히 썩은 계란 냄새 같아요.”
“트림에서도 유황 냄새가 올라와요.”
그냥 민망한 이야기로 끝나면 좋겠지만,
이런 패턴이 오래 반복된다면
장 세균 불균형, 특히 황화수소(H₂S) SIBO를 한 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황화수소(H₂S)는
우리 장 속 세균들이 황(S)이 들어 있는 물질을 먹고 만들어내는 가스입니다.
이 가스는 소량일 때와 과다할 때 역할이 완전히 달라지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황화수소를 만드는 세균들,
H₂S SIBO가 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어떤 검사·관리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1. 황화수소(H₂S)를 만드는 장내 세균들

황화수소를 많이 만들어내는 세균들을
황산염 환원균(sulfate-reducing bacteria, SRB) 라고 부릅니다.
낯설지 않은 이름들이 꽤 많습니다.
Salmonella
일부 E. coli
Citrobacter, Klebsiella, Enterobacter
Proteus, Morganella
Staphylococcus aureus
Pseudomonas aeruginosa
Bacteroides fragilis
Desulfovibrio 같은 전형적인 황산환원균
이 세균들은
황 함유 아미노산(메티오닌, 시스테인 등) 이나
음식·물에 포함된 황산염(sulfate) 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서
→ 부산물로 황화수소(H₂S) 를 만들어냅니다.
우리 장 안에 존재하는 H₂S의 대부분은
사람 세포가 아니라 장내 세균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2. 황화수소의 양면성 – “필요한 가스” vs “과하면 독성”

1) 적당한 H₂S: 장 점막을 돕는 신호 분자

소량의 H₂S는 오히려 도움이 되는 면도 있습니다.
장 상피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돕고
점막 장벽을 유지하는 데 관여하고
일부 염증 반응을 조절해주는 신호 분자 역할을 합니다.
몸은 원래 “조금”의 H₂S는 활용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2) 과도한 H₂S: 점막·미토콘드리아를 공격하는 독성

문제는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졌을 때입니다.
장 점액층(mucus)의 구조를 유지해주는 황 결합(이황화 결합) 을 끊어
점액을 얇게 만들거나 성질을 바꿔버리고
장 상피세포의 미토콘드리아 호흡을 억제해서
세포 에너지 생산(ATP)을 떨어뜨리며
결과적으로 장벽이 헐거워지고,
장누수(leaky gut)·염증·산화 스트레스를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이 상태가 오래 가면
설사형 IBS(과민성장증후군)
염증성 장질환(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대장암 위험 증가와의 연관성
까지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3. Hydrogen sulfide SIBO란 무엇인가?

SIBO(소장세균과증식)는
원래 수소(H₂)메탄(CH₄) 가스를 기준으로 진단을 했습니다.
요즘은 여기에 황화수소(H₂S) 타입이 한 가지 축으로 더해졌습니다.
H₂S SIBO
원래 세균이 많지 않아야 할 소장
황화수소를 많이 만드는 세균들이 과증식한 상태를 말합니다.
이 경우
기존 2-가스(수소·메탄) 호흡검사만으로는
이상이 없다고 나올 수도 있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3-가스(수소·메탄·황화수소)를 동시에 측정하는 호흡검사도 활용됩니다.
“수소·메탄은 괜찮다는데, 증상은 여전히 심하다”
이런 경우에 숨은 H₂S 패턴이 발견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4. 황화수소 세균이 장에 주는 손상 메커니즘

H₂S 과다가 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볼 수 있습니다.

1) 점액층(mucus layer) 손상

장 안쪽을 보호하는 점액층은
황 결합(이황화 결합) 으로 구조가 유지됩니다.
황화수소가 이 결합을 끊어
점액층을 얇게 만들거나 끈기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 그 결과
세균·독소·음식 항원들이
장벽과 더 가까이, 더 직접 접촉하게 되고
복통, 설사, 더부룩함, IBS 증상이 악화되기 쉽습니다.

2) 장 상피세포·미토콘드리아 손상

고농도 H₂S는 장 세포의 미토콘드리아 호흡을 방해하고
에너지 생산이 떨어지면서 세포가 지치고 손상됩니다.
→ 장 세포가 에너지 부족에 빠지면
장벽이 헐거워지고
흡수력은 떨어지면서
장누수, 전신 염증 반응이 올라오는 방향으로 흐르게 됩니다.

3) 장내 미생물 생태계 교란

황화수소가 많은 환경에서는
일부 “문제 세균들”이 더 잘 자라고
점막을 지켜주는 유익균은 밀려나는 패턴이 자주 관찰됩니다.
결국 IBS, IBD, 대장암 위험 패턴과 겹치는 생태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5. 이런 패턴이 겹친다면 H₂S 과다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여러 개 겹쳐 있다
황화수소 SIBO나 H₂S 과다를 한 번쯤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방귀·트림에서 유난히 썩은 계란/유황 냄새가 난다
식사 후 특히 배가 유난히 빵빵해지고, 가스가 아래로 빠지지 않고 머무는 느낌
배가 아프고, 팽만감·압박감이 심하다
설사가 잦거나, 설사와 변비가 번갈아 오는 IBS 패턴
지방/단백질(특히 육류·계란·유황 많은 채소)을 먹으면 증상이 악화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장 점막 관련 질환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다
SIBO 치료(항생제·허브)를 몇 번 했는데도
좋아졌다가 금방 재발
저FODMAP을 해도 들쭉날쭉
이런 경우에는
“수소/메탄만 보는 SIBO”에서 한 발 더 나아가
H₂S 타입까지 같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6. 어떤 검사를 고려할 수 있을까?

1) 3-가스 호흡검사 (H₂ / CH₄ / H₂S)

락툴로오스 또는 포도당 용액을 마신 뒤
일정 간격으로 숨을 불어
수소·메탄·황화수소를 동시에 측정하는 검사입니다.
기존 검사에서 “애매한 음성 또는 혼합형”으로 나왔던 분들에서
H₂S 패턴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2) 대변 검사 – 황산염 환원균·염증 상태

종합 대변검사를 통해
Desulfovibrio, Bilophila, 일부 Enterobacteriaceae 비율
점막 염증 마커(Calprotectin 등)
담즙 대사, 소화효소, pH
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3) 황·메틸레이션·유기산 측면

저는 필요에 따라
유황 아미노산(메티오닌, 시스테인) 대사
황 관련 경로(CBS 등)
소변 유기산 검사에서의 황·장·미토콘드리아 관련 마커
MTHFR, COMT 등 메틸레이션·황대사와 연관된 유전적 요소
를 함께 보면서,
“왜 이 사람에게서 유난히 H₂S가 과도하게 쌓이는지”
를 위–장–간–담도–대사까지 묶어서 해석하려고 합니다.

7. 관리 전략 – “황 많은 음식만 줄인다”로는 부족합니다

황화수소 과다는 항상 복합적인 결과입니다.
그래서 접근도 여러 층위에서 들어가야 합니다.

1) 구조·기능적인 원인부터 점검

소장 운동 저하, 유착·협착, 수술 후 구조 변화
위산 저하, 담즙 분비 문제, 췌장 효소 부족
면역 저하, 고령, 만성질환, PPI·스테로이드 장기 사용
이런 것들이 깔려 있다면
소장에 세균이 눌러앉기 쉬운 환경이 됩니다.
→ 가능한 부분은 먼저 조정해 주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2) 식이 – 저황(low sulfur) 식단을 “도구”로 잠깐 활용

계란 노른자, 붉은 육류, 마늘·양파, 브로콜리·양배추 등
황이 많은 음식들을 일정 기간 줄여 보고
가스·복통·설사 패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합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
저황 식단을 너무 오래, 너무 빡세게 유지하면
메티오닌·시스테인·타우린·글루타치온 같은
해독·항산화에 중요한 경로까지 같이 저하된다는 우려가 있는데,
어육류/계란 위주의 식습관을 유지하면 안전합니다.
그래서 “평생 저황 식단”이 아니라, 황이 들어간 야채 위주를 제한하는 식단”으로 보면 됩니다.
우려가 많으신 분은 진단·치료 초반이라도 경향을 파악하고 증상을 가라앉히기 위한 도구로
저황식단을 활용해볼 수 있겠습니다.

3) 표적 항균요법 (항생제·허브 등)

비흡수성 항생제(예: 리팍시민)
필요한 경우 다른 항생제 조합
오레가노, 베르베린 등 허브 기반 항균요법
을 상황에 맞게 쓰기도 합니다.
어떤 방법을 쓰든 공통적인 원칙은:
무작정 오래 쓰지 않기
사용 후 재발을 막기 위한 장운동·식단·장 점막 회복 계획이 반드시 따라가야 한다는 것
입니다.

4) 장 점막·미토콘드리아 회복

장 점막 영양(글루타민, 부티레이트, 아연 등)
미토콘드리아를 돕는 영양(마그네슘, B군 비타민 등)
타이밍을 고려해서 사용하면
점액층과 장세포의 회복을 돕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무리 – “냄새 심한 방귀”로만 끝낼 문제는 아닙니다

황화수소(H₂S) 세균과 H₂S SIBO는
단순히 민망한 냄새의 문제가 아니라
장 점막, 미토콘드리아, 면역, 염증까지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여러 번 SIBO 치료를 했는데도 금방 재발하고,
저FODMAP, 유산균, 장약을 이것저것 써도
복부 팽만·설사/변비·피로가 반복된다면,
한 번쯤
“혹시 나는 H₂S 타입은 체크해 보지 않았나?”
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검사는
3-가스 호흡검사
대변 검사
황·메틸레이션·유기산 평가
등으로 “내 장 속에서 황이 어떻게 돌고 있는지” 를 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 위에
식단, 수면, 스트레스, 운동
필요한 경우 표적 항균요법과 장 점막 회복 전략
을 얹어서,
“황화수소를 적정선으로 내려 놓고, 장이 다시 숨 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이 이쪽 접근의 목표입니다.
읽어보시면서 “이거 내 얘기 같다”는 느낌이 드셨다면,
그냥 냄새나는 방귀 정도로 넘기지 마시고
한 번은 장 상태를 체계적으로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