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 피임약/호르몬제, 환경호르몬 이야기
요즘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생리는 하는데, 몸은 점점 더 힘들어요.”
“생리 전후로 멘탈이 롤러코스터처럼 왔다 갔다 해요.”
“갑상선은 정상이래요, 근데 몸은 하나도 정상이 아닌데요…”
많은 여성분들의 공통점은,
에스트로겐 우세(estrogen dominance) 라는 상태에 발이 걸려 있다는 것입니다.
에스트로겐 우세란, 간단히 말하면
“에스트로겐이 절대적으로 너무 높다”기보다는
프로게스테론에 비해 에스트로겐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 상태는
•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 섬유낭성 유방, 난소낭종
•
갑상선 문제, 부신 피로
•
불안, 우울, 수면장애, 체중 증가
같은 문제들과 자주 겹쳐 나옵니다.
오늘은 에스트로겐 우세를 만드는 대표적인 환경적 요인을
조금 기능의학적인 관점에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럼 나는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까?” 까지 같이 짚어볼게요.
에스트로겐 우세, 왜 이렇게 흔해졌을까?
교과서적으로 에스트로겐은 이렇게 나눕니다.
•
E1 (에스트론) – 폐경 이후, 지방조직에서 주로 생성
•
E2 (에스트라디올) – 가임기 여성의 ‘가장 파워풀한’ 에스트로겐
•
E3 (에스트리올) – 임신 시기에 주로 증가하는 가장 약한 에스트로겐
몸 안에는
•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알파(ER-α) 와
•
성장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베타(ER-β) 가 있고,
어떤 에스트로겐이, 어떤 비율로, 어떤 조직에서 작용하는지,
그리고 그게 어떻게 대사/배출되는지에 따라
전체적인 “에스트로겐 환경”이 달라집니다.
여기에
•
스트레스
•
피임약/호르몬제
•
환경호르몬
•
지방조직, 염증, 인슐린 저항성
까지 겹치면,
프로게스테론은 점점 밀리고, 에스트로겐 쪽으로 저울이 기울어진 상태가 오래 가게 됩니다.
만성 스트레스와 에스트로겐 우세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트레스”는
몸 안에서는 결국 코르티솔(cortisol) 로 표현됩니다.
•
급성 스트레스 → 코르티솔 잠깐 증가 → 몸이 상황을 대처
•
문제는 “만성 스트레스” 입니다.
코르티솔이 계속 높게 유지되면, 몸은
“일단 살아야지!”
→ 코르티솔 만드는 쪽에 우선권을 줍니다.
이 과정에서
•
부신(adrenal gland)이 지치고,
•
황체호르몬 합성과 프로게스테론 생산이 떨어지면서,
•
상대적인 프로게스테론 부족 → 에스트로겐 우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패턴을 자주 봅니다.
•
“예전엔 생리 전 며칠만 힘들었는데, 요즘은 한 달 내내 기분이 들쭉날쭉해요.”
•
“밤에 잠이 안 오고, 새벽에 자꾸 깨요.”
•
“출산/육아/직장 스트레스 이후부터 몸이 바뀐 느낌이에요.”
스트레스 자체가 에스트로겐을 콱 올린다기보다,
스트레스를 오래 방치하면 부신–프로게스테론 축이 무너지고,
결과적으로 에스트로겐 쪽으로 저울이 기울게 되는 구조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피임약/패치/링/호르몬 IUD, 그리고 HRT
다음은 피임약과 호르몬 요법입니다.
피임약(경구 피임약, 패치, 링 등)은
•
합성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합성 프로게스테론 유사체)을 이용해
•
배란을 막고, 생리주기를 “인위적으로 관리”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1.
내가 직접 만든 프로게스테론이 줄어든다는 점
•
배란이 일어나야 황체에서 프로게스테론이 충분히 만들어지는데,
•
배란을 막아 버리면 자연 프로게스테론 생산이 차단됩니다.
2.
합성 호르몬이
•
간, 장, 담낭, 갑상선, 장내세균 등에 여러 가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면
•
혈액검사 상 에스트로겐 수치는 “정상”으로 보일 수 있지만,
•
실제 작용하는 축에서는
에스트로겐 쪽으로 기울어진 환경 + 프로게스테론 부족이 오래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피임약/합성 호르몬과 관련된 연구들에서는
•
기분 변화, 불안/우울, 성욕 저하
•
장 누수, SIBO, 염증성 장질환 위험 증가
•
담낭 질환, 담석
•
갑상선 기능 저하, 체중 증가
와의 연관성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
피임약을 무조건 끊어라 → X
•
그냥 평생 먹어도 된다 → X
•
가능하다면
◦
비호르몬 피임(콘돔, 구리 IUD 등) 을 고려하거나
•
꼭 호르몬 피임이 필요하다면
◦
에스트로겐 우세, 간/장/담낭/갑상선 상태를 함께 모니터링하면서
◦
최소한의 용량과 기간으로 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호르몬 기반의 자궁내 피임장치(Mirena, Kyleena, Jaydess)
구리 IUD, NOVA-T
환경호르몬(제노에스트로겐, Xenoestrogen)
마지막은 환경호르몬입니다.
영어로는 xenoestrogen(제노에스트로겐) 이라고 부르죠.
•
플라스틱(특히 BPA 등)
•
일부 농약, 살충제
•
향이 강한 세제/섬유유연제, 방향제
•
일부 화장품/썬크림 성분
이런 데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들 중 상당수가
몸 안에서 에스트로겐처럼 수용체에 달라붙거나,
에스트로겐 대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물론,
현대 생활에서 이걸 100% 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다만,
•
가공식품/포장식품 줄이기
•
뜨거운 음식은 가급적 유리/스테인리스 용기에 담기
•
플라스틱 중에서도
◦
재활용 코드 3, 6, 7번은 피하는 것을 권장하는 자료들이 많고
•
화장품/세제는
◦
성분 단순한 것, 향 너무 강하지 않은 것 위주로 고르기
•
가능하면 EWG(환경 실무 그룹) 에서 성분 등급 한 번 확인해보기
이 정도만 실천해도,
몸이 매일 받는 환경성 에스트로겐 부담을 꽤 낮출 수 있습니다.
“에스트로겐 우세”를 의심해볼 만한 신호들
다음과 같은 것들이 여러 개 겹쳐 있다면
한 번쯤 에스트로겐 우세 관점으로 몸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
생리 양이 많고, 기간이 길어짐
•
주기가 짧아지거나, 중간출혈이 잦음
•
생리통, 생리 전 가슴통/부종/두통
•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 난소낭종
•
섬유낭성 유방(유방통, 멍울 같은 느낌)
•
체중 증가, 특히 하복부/엉덩이/허벅지 쪽
•
불안/우울, 수면장애, 기분 기복
•
갑상선 검사 ‘정상’인데, 피로/추위/탈모/부종이 심함
•
두드러기, 홍조, 어지럼, 편두통 등 히스타민 이슈 동반
이때 중요한 건
“호르몬 수치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
스트레스–부신 축
•
갑상선
•
간/담낭/장(특히 SIBO, 변비/묽은변 패턴)
•
환경 노출, 피임약/호르몬 사용력
•
그리고 메틸레이션/유전적 경향(MTHFR, COMT 등)
을 함께 보는 것입니다.
에스트로겐 우세 평가를 위해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제안합니다.
•
Estradiol(E2), 필요 시 다른 에스트로겐
•
Progesterone
•
에스트로겐 대사산물(2-OH, 4-OH, 16-OH 등)
•
SHBG, FSH, LH
•
갑상선 호르몬
•
코르티솔, DHEA 등 부신 호르몬
여기에 조금 더 추가해서,
•
메틸레이션 관련 지표
◦
혈액: 호모시스테인
◦
소변 유기산: 메틸화/에스트로겐 대사 관련 마커 (예: 2-OH/16-OH 패턴, COMT 관련 마커 등)
•
유전자 검사로 보는 경향성
◦
MTHFR, COMT, CYP1B1, CYP3A4 등 (이미 갖고 계신 분들 위주)
까지 엮어서 보면 좋습니다.
에스트로겐이 결국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쓰이고, 어떻게 해독/배출되는지” 를 보는 작업이기 때문에,
메틸레이션/유전–장–간–담낭까지 한 번에 보는 게
나중에 치료 계획을 세울 때 훨씬 도움이 됩니다.
그럼, 나는 어디서부터 바꾸면 될까?
1) 스트레스 시스템부터 다루기
•
규칙적인 수면–기상 시간
•
하루 10~20분짜리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 확보
•
격한 운동만이 답이 아니라,
◦
천천히 걷기, 가벼운 근력운동, 호흡 연습 정도로 시작
•
심장이 계속 “도망가자” 모드로 있는 상태를 먼저 진정시키는 것이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밸런스를 회복하는 첫 단계입니다.
2) 피임/호르몬제, 현실적인 선택하기
•
“무조건 끊어야 한다”가 아니라,
◦
내 증상, 가족력, 현재 장/갑상선/담낭 상태를 한 번 리뷰하고
◦
비호르몬 피임 옵션이 가능한지 상의
•
이미 사용 중이라면
◦
간/장/담낭/갑상선/에스트로겐 대사 상태를 정기적으로 체크
◦
최소 유효 용량 + 최소 기간 전략으로
3) 환경호르몬 노출 줄이기 (완벽 말고, ‘덜 나쁘게’)
•
플라스틱 대신 유리/스테인리스 우선
•
화장품/세제는 성분 단순한 것, 향 자극적이지 않은 것 위주
•
포장/즉석식품 줄이고, 집에서 재료를 알고 먹는 비중 늘리기
•
가능하면 EWG 같은 곳에서 자주 쓰는 제품 몇 개만이라도 체크해서 정리하기
4) 장–간–담낭 루트 열어주기
•
본인 소화력에 맞는 범위에서
◦
과도한 생야채/너무 거친 통곡물보다는
◦
잘 익힌 채소 소량, 소화 잘 되는 백미 위주로 탄수화물을 세팅하고, 단백질과 지방을 충분히
•
변비/묽은 변 패턴, SIBO, IBS가 있다면
◦
이걸 먼저 잡아주지 않으면 에스트로겐 대사도 같이 꼬입니다.
•
적절한 지방(담즙 분비 촉진)에 신경 쓰기
마무리 – “호르몬 수치 정상인데, 몸이 불편하다면”
에스트로겐 우세는
단순히 숫자로만 재단되는 문제가 아니라,
•
스트레스
•
피임/호르몬제 사용 이력
•
환경호르몬 노출
•
장/간/담낭/갑상선/부신
•
그리고 메틸레이션/유전적 경향
이 겹쳐 만들어지는 몸 전체의 패턴입니다.
혈액검사 한 장에
“정상입니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고 해서
내 몸이 편안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면,
“에스트로겐 우세가 오래된 결과가 아닐까?”
한 번쯤 같이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
에스트로겐 우세를 단순히 “호르몬 하나의 문제”로 보지 않고,
•
MTHFR 변이–메틸레이션–장–간–담낭–갑상선–부신까지 연결해서 보는 평가와,
•
한국인의 식습관/체질에 맞춘 관리 전략을 함께 제안드리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이거 나 얘기 같은데…”
하는 부분이 많았다면,
혼자 버티기보다는
한 번은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짚고
앞으로 3년, 5년, 10년을 편안하게 보내기 위한 계획을
같이 세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