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보통 “여성호르몬”이라고 묶어서 부르지만, 역할이 꽤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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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로겐 → 성장, 증식, 시작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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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스테론 → 안정, 유지, 브레이크·진정 버튼
이 둘이 서로를 보완하면서
생리주기, 임신, 뼈·혈관·피부·뇌까지 관리해 줍니다.
그래서 문제의 핵심은
“에스트로겐이 나쁘다”가 아니라,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타이밍과 비율이 무너진 상태입니다.
1. 에스트로겐 – 성장과 활력을 주는 “가속 페달”
남녀 모두 에스트로겐을 만들지만,
여성은 양도 많고, 에스트로겐 수용체도 훨씬 많습니다.
에스트로겐의 주요 역할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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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성징, 유방 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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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포 성장 → 배란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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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내막 증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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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지키고 골다공증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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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심장을 일정 부분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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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탄력, 점막(질 점막 등) 유지
생리 주기로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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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시작 ~ 배란 전(1~13일)
이 구간은 에스트로겐이 주도권을 쥐는 난포기입니다.
이 시기에 난자가 성숙하고, 자궁 내막이 서서히 두꺼워집니다.
에스트로겐의 세 얼굴: E1, E2, E3
에스트로겐은 한 종류가 아니라 세 가지 주요 형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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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2 – 에스트라디올 (Estradi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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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임기 여성의 대표 에스트로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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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떨어지면 안면홍조, 수면장애, 기분 저하, 피부 변화 등을 겪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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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3 – 에스트리올 (Estriol)
◦
임신 중에 많이 올라가는 가장 약한 에스트로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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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와 질 점막, 방광 주변 조직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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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건조, 요실금에 국소 E3 크림이나 좌약을 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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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1 – 에스트론 (Estr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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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이후에 지방조직에서 주로 생성되는 에스트로겐
◦
양이 많고 대사가 꼬이면 유방·자궁 같은 호르몬 의존성 질환과 연관성이 논의됩니다.
각 에스트로겐이 어떤 비율로 만들어지고,
어떤 경로로 대사되는지에 따라
“에스트로겐 환경”이 달라집니다.
에스트로겐이 너무 많을 때 – 에스트로겐 우세
에스트로겐이 절대적으로 높거나,
프로게스테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세해지면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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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량 증가, 덩어리 섞인 출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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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주기가 점점 짧아짐, 통증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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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PMS, 기분 기복, “멘탈 롤러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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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통, 섬유낭종, 난소낭종, 자궁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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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종, 체중 증가(특히 하복부·엉덩이·허벅지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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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 호르몬성 두통
이럴 때 기본 전략은 두 가지입니다.
1.
에스트로겐이 잘 빠져나가도록 “배출 루트”를 열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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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 교정, 적절한 지방·수분 섭취, 담즙 흐름과 간 해독 지원
2.
프로게스테론 쪽을 지지해서 저울의 반대편을 살려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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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체기 지지, 필요 시 허브나 자연 프로게스테론 활용
에스트로겐이 너무 적을 때
에스트로겐 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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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폐경·갱년기 과정의 일부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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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령대에서는 배란 문제·난소 기능 저하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주요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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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홍조, 식은땀, 수면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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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건조, 성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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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통증, 골밀도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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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저하, 집중력 떨어짐
이 경우 상황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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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운동, 체지방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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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보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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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시 바이오아이덴티컬 에스트로겐(Bi-est: E2+E3)
(크림, 패치, 질 좌약 등 형태)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E1(에스트론)은 치료용이라기보다,
대사산물과 위험도를 모니터링할 때 참고하는 편에 가깝습니다.
2. 프로게스테론 – 브레이크, 안정, “마음이 편안해지는 호르몬”
프로게스테론은 배란 이후 ~ 다음 생리 직전(황체기) 에 주도권을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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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피크와 함께 분비가 올라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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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내막을 착상에 적합한 환경으로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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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이 되면 임신 유지에 필수적인 호르몬입니다.
여기에 더해 프로게스테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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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BA 시스템을 통해 진정·항불안 효과를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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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질을 높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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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을 약간 올려 황체기 체온 변화를 만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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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에스트로겐 작용에 브레이크를 걸어 줍니다.
그래서 프로게스테론이 떨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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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예민함, 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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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 감정 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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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전후로 심해지는 감정 롤러코스터
를 자주 경험하게 됩니다.
프로게스테론이 너무 많을 때
자연 상태에서 프로게스테론이 과도하게 높은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보충·치료 중 용량이 과하거나 대사가 막힌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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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붓기, 체내 수분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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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통, 부종, 더부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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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는 오히려 멘탈 기복·불안 악화
이럴 땐 프로게스테론 자체의 용량·투여 형태 조정이 필요하고,
간·장·담즙 배출 경로가 막혀 있지 않은지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프로게스테론이 부족할 때 – 가장 흔한 패턴
호르몬 검사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것이 저프로게스테론입니다.
젊은 연령대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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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스트레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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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그넬론(Pregnenolone)이 코르티솔 쪽으로만 빼앗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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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스테론 합성이 줄어드는 패턴이 대표적입니다.
나이가 들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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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스테론이 먼저 떨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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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에스트로겐이 점점 감소하기 때문에,
“에스트로겐은 아직 있는 상태에서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프로게스테론만 먼저 빠지는”
전형적인 에스트로겐 우세 패턴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갱년기 전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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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주기가 불규칙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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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량이 왔다 갔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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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기분 기복, 수면 문제가 더 심해지기 쉽습니다.
이때의 치료 옵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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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스트레스·식단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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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비텍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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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프로게스테론(크림, 질좌약, 경구제) 활용 등이며,
특히 경구 자연 프로게스테론은 수면 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3. “에스트로겐 vs 프로게스테론”이 아니라 “리듬과 비율”의 문제
생리주기는 결국,
에스트로겐이 난포를 키우고,
프로게스테론이 착상과 안정을 준비하고,
둘의 상승과 하강이 한 달짜리 리듬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 리듬이 깨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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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란 문제, 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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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내막 과증식, 출혈 패턴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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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PMS, PM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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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에스트로겐 우세 관련 질환들
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에스트로겐 vs 프로게스테론, 누가 이기느냐”를 보기보다,
두 호르몬의 팀워크와 타이밍이 맞는지
그 균형이 언제부터 깨졌는지
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4. 어떻게 검사할까? – 혈액, 타액, 소변 테스트
호르몬을 평가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혈액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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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접근성이 좋아 자주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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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날짜(예: 생리 3일차 E2, 배란 후 7일 전후 P4)를 기준으로
배란 여부와 황체 기능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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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변동, 스트레스, 수면, 식사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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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주기가 불규칙한 분들은 날짜 맞추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2) 타액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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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1/E2/E3와 프로게스테론을 함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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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비율을 계산하는 데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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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아이덴티컬 호르몬 요법 용량 조정에 참고용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3) 소변 호르몬·대사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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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로겐이 얼마나 만들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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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로(2-OH, 4-OH, 16-OH 등)로 대사되는지까지 입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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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여러 시간대 소변을 모아 분석하기 때문에,
하루 전체 패턴을 보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기 전 베이스라인 평가나,
에스트로겐 우세·에스트로겐 대사 문제를 자세히 보고 싶을 때 도움이 됩니다.
저는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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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유기산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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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시스테인, 비타민 B 계열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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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시 유전적 경향(MTHFR, COMT 등)
까지 함께 보면서,
“에스트로겐을 어떻게 잘 만들고, 잘 쓰고, 잘 버리게 할 것인지”
전체 설계를 잡는 편입니다.
정리 – “호르몬 두 개의 싸움”이 아니라 “밸런스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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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로겐은 성장과 활력, 시작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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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스테론은 안정과 진정, 브레이크 버튼
이 둘이 리듬·비율·대사까지 잘 맞아야
생리주기, 임신, 뼈·심장·피부·멘탈이 편안해집니다.
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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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PMS가 점점 거칠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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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우울·수면 문제가 함께 올라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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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갑상선·담낭·피부·두통까지 이것저것 엮여 있다면,
단순히 “호르몬 수치 정상입니다” 한 줄로 끝내지 마시고,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의 팀워크가 어디에서 깨졌는지
한 번쯤 전체적으로 점검해 보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