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소개
이훈희 원장님의 기능의학

에스트로겐 우세가 오래되면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들

에스트로겐 우세(Estrogen dominance)는
“에스트로겐이 너무 많다”는 말이라기보다,
프로게스테론에 비해 에스트로겐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진 상태를 말합니다.
에스트로겐은 세포 안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 α, β에 작용하고
프로게스테론과는 대체로 ‘길항 관계’를 이루면서
균형을 맞춥니다.
그래서 기능의학에서는
이 균형이 깨진 상태를 중요한 병태로 다룹니다.

에스트로겐은 ‘쓰고 버려져야’ 합니다

에스트로겐은 역할을 마친 뒤
간에서 대사(해독) 되고
담즙과 소변, 대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 후
다음 주기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에스트로겐이 과도하게 생성되거나
간·장 해독 루트가 막혀서
배출이 늦어지면,
생리 주기는 계속 돌아가는데도
몸 안에는 “잔여 에스트로겐”들이 조금씩 쌓이게 됩니다.
이렇게 생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에스트로겐의 영향력이 과도해진 상태를
우리가 “에스트로겐 우세”라고 부르며,
이 범주 안에서 여러 증상과 질환들을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에스트로겐 우세에서 가장 큰 문제: ‘과증식’ 질환들

에스트로겐 우세가 오래될수록 가장 큰 문제는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증식증
같이 에스트로겐 의존성이 강한 조직들의 과증식입니다.
이 과정은 대부분
만성 염증 환경과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에스트로겐이 과생산되는 이유,
특히 아로마타제(aromatase) 활성을 높이는 트리거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내장지방 증가
염증을 부추기는 식습관
각종 사이토카인·호르몬 변화
이런 것들이 모두 아로마타제 활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아로마타제란
남성호르몬(안드로겐)을
에스트로겐으로 바꾸는 효소로,
지방조직, 난소, 자궁 등 여성생식기관에 많이 분포합니다.
오늘은, 이렇게 만들어진 에스트로겐 우세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을 때
우리 몸이 어떤 방향으로 변해가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1. 생리전 증후군(PMS)이 점점 심해진다

생리전 증후군은
에스트로겐 농도가 한동안 높게 유지되었다가, 생리 직전에 급격히 떨어질 때 나타나는 소퇴(withdrawal) 현상의 일부입니다.
에스트로겐 우세가 있을수록
소퇴 폭이 더 크고
그만큼 PMS 증상이 더 도드라지게 나타납니다.
이때는
가슴통, 붓기 같은 신체 증상뿐 아니라
멘탈 증상도 함께 악화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짜증, 예민함
기분 기복
감정 조절이 안 되는 느낌
등이 “원래 내 성격이 아닌데…” 싶은 정도로 심해질 수 있습니다.

2. 불안, 우울, 공황 같은 증상이 심해진다

에스트로겐은
COMT, MAO 같은 효소를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두 효소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노르아드레날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분해해서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게’ 항상성을 유지하게 합니다.
에스트로겐 우세 상태에서는
COMT/MAO의 활성이 평소에 억제되어 있어서
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생리 직전 에스트로겐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COMT/MAO의 억제가 갑자기 풀리면서
신경전달물질이 한꺼번에 빠르게 분해됩니다.
이때
갑작스러운 기분 저하
공허감·우울감
불안, 심지어 공황과 비슷한 느낌
같이 잦은 멘탈 변동을 경험하게 됩니다.

3.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면서

손발 냉증, 탈모, 추위·변비 등이 잘 생긴다

에스트로겐은
TBG(Thyroxine Binding Globulin, 티록신 결합 글로불린) 이라는
단백질의 생산을 증가시킵니다.
갑상선호르몬(T4, T3)은
혈액 속에서 TBG, 알부민 같은 단백질과 붙어서 이동하는데,
이 단백질들은 단순 운반체가 아니라
‘저장고’ 역할도 합니다.
우리 몸에서 실제로 작용을 하는 건
단백질에서 떨어져 나온 “유리 호르몬(free T4, free T3)” 형태입니다.
그런데 에스트로겐 우세로 TBG가 증가하면
더 많은 갑상선호르몬이 TBG에 붙잡혀 있고
실제로 자유롭게 작용할 수 있는 호르몬 양은 줄어들게 됩니다.
혈액검사 수치상으로는
크게 이상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손발이 유난히 차고
탈모, 피로, 추위를 많이 탐
변비, 붓기
같은 경미한 갑상선 기능저하 증상
서서히 드러날 수 있습니다.

4. 담석 등 담낭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에스트로겐 우세가 오래 지속되면
에스트로겐을 해독(대사)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SAMe(S-adenosylmethionine) 가 필요합니다.
(= 메틸레이션 과정에 SAMe가 소모됨)
SAMe는 동시에
콜린(choline) 을 만드는 데도 필요한데,
이 콜린이 담즙의 “미끈미끈한 성상”을 유지해주는 핵심 성분 중 하나입니다.
에스트로겐 대사에 SAMe가 계속 쓰이고,
콜린까지 부족해진 상태가 겹치면:
담즙이 점점 끈적끈적한 성상으로 변하고
당밀 같은 점성이 높은 성분들이
담즙과 섞여 장으로 배출되려 합니다.
이런 담즙이 계속 만들어지면
간에서 담낭, 담관을 거쳐 장으로 내려가는 흐름이 느려지고,
담즙이 쌓이고 굳어지는 슬러지(sludge) 가 생기기 쉽습니다.
이 슬러지 상태가 더 진행되면
담석, 담낭염 등 담낭 관련 질환의 리스크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5. 두드러기, 어지럼, 잦은 두통 – 히스타민 이슈가 올라온다

이 증상들은
대표적인 히스타민 불내증(히스타민 증후군) 의 스펙트럼입니다.
즉, 히스타민이 과도하게 많거나, 잘 분해되지 못할 때 생기는 증상들입니다.
에스트로겐과 히스타민은 관계가 꽤 복잡한데,
1.
에스트로겐은 히스타민 분비를 자극하고
2.
히스타민 역시 에스트로겐 생산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 서로 악순환을 만들 수 있는 구조
게다가 이 둘은
간에서 일부 같은 효소(특히 메틸화 경로) 를 공유해 해독되기 때문에,
에스트로겐 우세가 있으면
히스타민 분해 속도도 같이 느려지는 경향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피부 두드러기
갑작스러운 얼굴/몸 붉어짐
어지럼, 두통
특정 음식(와인, 치즈, 가공육 등)에 대한 과민반응
같은 증상들이 더 자주, 더 쉽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들이 함께 보인다면

생리전 증후군이 점점 심해지고
불안·기분 기복·우울이 잦아지고
추위·손발 냉증·탈모·변비가 동반되고
담낭·소화기 문제가 슬슬 올라오고
두드러기·어지럼·두통 같은 히스타민 증상이 겹친다면,
단편적인 증상 하나만 떼어
“PMS입니다”, “긴장성 두통입니다” 하고 끝내기보다,
“에스트로겐 우세가 오래 누적된 결과가 아닐까?”
를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패턴
갑상선·간·담낭 기능
히스타민·메틸레이션(엽산·B12·SAMe 루트)
체지방·인슐린 저항성, 장 상태
이런 것들을 함께 보는 기능의학적 평가가 도움이 됩니다.
이런 증상들이 여러 개 겹쳐 있다면,
한 번쯤 검사를 통해 현재 상태를 점검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호르몬 하나만 보는 게 아니라,
몸 전체의 맥락 속에서 에스트로겐 우세를 읽어내는 것”이
앞으로의 5년, 10년 건강을 지키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