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로겐 우세(Estrogen dominance)는
“에스트로겐이 너무 많다”는 말이라기보다,
프로게스테론에 비해 에스트로겐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진 상태를 말합니다.
에스트로겐은 세포 안에서
•
에스트로겐 수용체 α, β에 작용하고
•
프로게스테론과는 대체로 ‘길항 관계’를 이루면서
균형을 맞춥니다.
그래서 기능의학에서는
이 균형이 깨진 상태를 중요한 병태로 다룹니다.
에스트로겐은 ‘쓰고 버려져야’ 합니다
에스트로겐은 역할을 마친 뒤
•
간에서 대사(해독) 되고
•
담즙과 소변, 대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 후
다음 주기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
에스트로겐이 과도하게 생성되거나
•
간·장 해독 루트가 막혀서
배출이 늦어지면,
생리 주기는 계속 돌아가는데도
몸 안에는 “잔여 에스트로겐”들이 조금씩 쌓이게 됩니다.
이렇게 생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에스트로겐의 영향력이 과도해진 상태를
우리가 “에스트로겐 우세”라고 부르며,
이 범주 안에서 여러 증상과 질환들을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에스트로겐 우세에서 가장 큰 문제: ‘과증식’ 질환들
에스트로겐 우세가 오래될수록 가장 큰 문제는
•
자궁선근증
•
자궁내막증
•
자궁내막증식증
같이 에스트로겐 의존성이 강한 조직들의 과증식입니다.
이 과정은 대부분
만성 염증 환경과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에스트로겐이 과생산되는 이유,
특히 아로마타제(aromatase) 활성을 높이는 트리거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
내장지방 증가
•
염증을 부추기는 식습관
•
각종 사이토카인·호르몬 변화
이런 것들이 모두 아로마타제 활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아로마타제란
•
남성호르몬(안드로겐)을
•
에스트로겐으로 바꾸는 효소로,
지방조직, 난소, 자궁 등 여성생식기관에 많이 분포합니다.
오늘은, 이렇게 만들어진 에스트로겐 우세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을 때
우리 몸이 어떤 방향으로 변해가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1. 생리전 증후군(PMS)이 점점 심해진다
생리전 증후군은
에스트로겐 농도가 한동안 높게 유지되었다가,
생리 직전에 급격히 떨어질 때 나타나는 소퇴(withdrawal) 현상의 일부입니다.
에스트로겐 우세가 있을수록
•
소퇴 폭이 더 크고
•
그만큼 PMS 증상이 더 도드라지게 나타납니다.
•
이때는
•
가슴통, 붓기 같은 신체 증상뿐 아니라
•
멘탈 증상도 함께 악화되기 쉽습니다.
•
예를 들어,
•
짜증, 예민함
•
기분 기복
•
감정 조절이 안 되는 느낌
등이 “원래 내 성격이 아닌데…” 싶은 정도로 심해질 수 있습니다.
2. 불안, 우울, 공황 같은 증상이 심해진다
에스트로겐은
COMT, MAO 같은 효소를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두 효소는
•
도파민
•
노르에피네프린(노르아드레날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분해해서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게’ 항상성을 유지하게 합니다.
에스트로겐 우세 상태에서는
•
COMT/MAO의 활성이 평소에 억제되어 있어서
•
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
생리 직전 에스트로겐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
COMT/MAO의 억제가 갑자기 풀리면서
•
신경전달물질이 한꺼번에 빠르게 분해됩니다.
이때
•
갑작스러운 기분 저하
•
공허감·우울감
•
불안, 심지어 공황과 비슷한 느낌
같이 잦은 멘탈 변동을 경험하게 됩니다.
3.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면서
손발 냉증, 탈모, 추위·변비 등이 잘 생긴다
에스트로겐은
TBG(Thyroxine Binding Globulin, 티록신 결합 글로불린) 이라는
단백질의 생산을 증가시킵니다.
갑상선호르몬(T4, T3)은
•
혈액 속에서 TBG, 알부민 같은 단백질과 붙어서 이동하는데,
•
이 단백질들은 단순 운반체가 아니라
‘저장고’ 역할도 합니다.
우리 몸에서 실제로 작용을 하는 건
•
단백질에서 떨어져 나온 “유리 호르몬(free T4, free T3)” 형태입니다.
그런데 에스트로겐 우세로 TBG가 증가하면
•
더 많은 갑상선호르몬이 TBG에 붙잡혀 있고
•
실제로 자유롭게 작용할 수 있는 호르몬 양은 줄어들게 됩니다.
혈액검사 수치상으로는
크게 이상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
손발이 유난히 차고
•
탈모, 피로, 추위를 많이 탐
•
변비, 붓기
같은 경미한 갑상선 기능저하 증상이
서서히 드러날 수 있습니다.
4. 담석 등 담낭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에스트로겐 우세가 오래 지속되면
에스트로겐을 해독(대사)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SAMe(S-adenosylmethionine) 가 필요합니다.
(= 메틸레이션 과정에 SAMe가 소모됨)
SAMe는 동시에
•
콜린(choline) 을 만드는 데도 필요한데,
이 콜린이 담즙의 “미끈미끈한 성상”을 유지해주는 핵심 성분 중 하나입니다.
에스트로겐 대사에 SAMe가 계속 쓰이고,
콜린까지 부족해진 상태가 겹치면:
•
담즙이 점점 끈적끈적한 성상으로 변하고
•
당밀 같은 점성이 높은 성분들이
담즙과 섞여 장으로 배출되려 합니다.
이런 담즙이 계속 만들어지면
•
간에서 담낭, 담관을 거쳐 장으로 내려가는 흐름이 느려지고,
•
담즙이 쌓이고 굳어지는 슬러지(sludge) 가 생기기 쉽습니다.
이 슬러지 상태가 더 진행되면
담석, 담낭염 등 담낭 관련 질환의 리스크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5. 두드러기, 어지럼, 잦은 두통 – 히스타민 이슈가 올라온다
이 증상들은
대표적인 히스타민 불내증(히스타민 증후군) 의 스펙트럼입니다.
즉, 히스타민이 과도하게 많거나, 잘 분해되지 못할 때 생기는 증상들입니다.
에스트로겐과 히스타민은 관계가 꽤 복잡한데,
1.
에스트로겐은 히스타민 분비를 자극하고
2.
히스타민 역시 에스트로겐 생산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 서로 악순환을 만들 수 있는 구조
게다가 이 둘은
간에서 일부 같은 효소(특히 메틸화 경로) 를 공유해 해독되기 때문에,
•
에스트로겐 우세가 있으면
•
히스타민 분해 속도도 같이 느려지는 경향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 결과,
•
피부 두드러기
•
갑작스러운 얼굴/몸 붉어짐
•
어지럼, 두통
•
특정 음식(와인, 치즈, 가공육 등)에 대한 과민반응
같은 증상들이 더 자주, 더 쉽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들이 함께 보인다면
•
생리전 증후군이 점점 심해지고
•
불안·기분 기복·우울이 잦아지고
•
추위·손발 냉증·탈모·변비가 동반되고
•
담낭·소화기 문제가 슬슬 올라오고
•
두드러기·어지럼·두통 같은 히스타민 증상이 겹친다면,
단편적인 증상 하나만 떼어
“PMS입니다”, “긴장성 두통입니다” 하고 끝내기보다,
“에스트로겐 우세가 오래 누적된 결과가 아닐까?”
를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패턴
•
갑상선·간·담낭 기능
•
히스타민·메틸레이션(엽산·B12·SAMe 루트)
•
체지방·인슐린 저항성, 장 상태
이런 것들을 함께 보는 기능의학적 평가가 도움이 됩니다.
이런 증상들이 여러 개 겹쳐 있다면,
한 번쯤 검사를 통해 현재 상태를 점검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호르몬 하나만 보는 게 아니라,
몸 전체의 맥락 속에서 에스트로겐 우세를 읽어내는 것”이
앞으로의 5년, 10년 건강을 지키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