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원인, ‘저혈당(반응성 저혈당)’ 체크해보셔야 합니다
“식사 조금만 늦어지면 손이 덜덜 떨려요.”
“밥 먹고 나면 졸리고 멍해져요.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해지기도 하고요.”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들 중 하나입니다.
혈당이라고 하면 대부분 ‘당뇨병, 고혈당’을 먼저 떠올리지만, 너무 낮은 혈당(저혈당) 역시 우리 몸에 큰 스트레스를 주는 상태입니다.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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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혈당이 왜 문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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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성 저혈당 vs 공복 저혈당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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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건강·갑상선·스트레스와의 연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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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저혈당 예방법
을 기능의학적인 관점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1. 저혈당, 숫자로 보면 어디부터 문제일까?
혈당은 우리 몸의 기본 연료입니다. 뇌, 심장, 근육이 모두 포도당을 써서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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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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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 혈당 70mg/dL 미만 → ‘저혈당’으로 봅니다.
◦
당뇨가 없는 사람의 경우, 55mg/dL 이하로 떨어지면 임상적인 저혈당으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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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이 얼마나 빨리 떨어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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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몸이 어떤 증상으로 신호를 보내는지 입니다.
2. 저혈당일 때 몸에서 나타나는 신호들
저혈당 증상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멘탈 문제’로 오해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증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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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떨림, 몸이 덜덜 떨리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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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땀, 얼굴이 확 달아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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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밀려오는 강한 배고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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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움, 멍함, 집중력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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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두근거림, 불안·초조, 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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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 시야가 흐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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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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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꼬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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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감각이 떨어지고
◦
의식소실, 경련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에피소드가 반복되면 ‘저혈당 인지 능력’이 떨어져서 본인도 눈치 못 채는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3. 두 가지 저혈당:
반응성(식후) vs 비(非)반응성(공복)
1) 반응성 저혈당 (식후 저혈당)
가장 흔한 타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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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1–4시간 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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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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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이 과하게 분비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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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동처럼 혈당이 너무 아래로 떨어지는 패턴입니다.
이런 분들은 대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밥 먹고 나면 갑자기 졸리고,
2–3시간 지나면 손이 떨리고 당이 떨어지는 느낌이 나요.”
반응성 저혈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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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인슐린저항성의 신호일 수도 있고,
•
앞으로 제2형 당뇨로 진행될 가능성을 알려주는 경고등일 수 있습니다.
2) 비반응성(공복) 저혈당
식사와 상관없이, 혹은 오랫동안 공복 상태일 때 생기는 저혈당입니다.
원인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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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약물 (인슐린, 설폰요소제, 기타 혈당강하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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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음주(특히 안주 없이 마시는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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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간, 신장, 심장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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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드문 경우, 췌장 인슐린 분비 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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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영양결핍, 섭식장애
비반응성 저혈당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꼭 병원에서 정밀 검사가 필요합니다.
4. “혈당은 괜찮다는데 왜 이렇게 불안하고 심장이 뛰어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하나.
우리가 느끼는 덜덜 떨림, 불안, 심장 두근거림은
‘혈당 숫자’ 자체 때문에만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혈당이 떨어질 때 몸은 살기 위해 이런 호르몬들을 동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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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카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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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레날린(에피네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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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티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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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호르몬 등
이 호르몬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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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에서 저장된 당을 꺼내 쓰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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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지방을 분해해서 포도당을 만들게 하면서
혈당을 다시 끌어올립니다.
그 과정에서 심장이 빨리 뛰고, 불안하고,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나는 부작용이 같이 따라옵니다.
특히 아드레날린에 예민한 분들은, 혈당이 조금만 흔들려도
“공황 발작 같아요”, “불안장애인 줄 알았어요”
라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5. 장 건강과 반응성 저혈당의 연결고리
혈당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탄수화물, 인슐린”만 떠올리지만,
장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역시 혈당 조절에 깊게 관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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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세균이 만드는 단쇄지방산(SCFA)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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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 감수성을 좋게 하고
◦
GLP-1 같은 호르몬 분비를 도와
◦
혈당이 급격히 출렁이는 것을 완충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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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장내 세균 구성이 깨지고(장내 이상증균, dysbiosis)
장누수(leaky gut)가 심해지면
◦
염증이 올라가고
◦
인슐린 저항성이 악화되면서
◦
혈당이 쉽게 오르고, 쉽게 떨어지는 몸이 됩니다.
그래서 반응성 저혈당이 있는 분들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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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BO(소장세균과증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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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설사/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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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 팽만, 가스
같은 장 증상을 같이 안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6. 스트레스·갑상선·부신과 저혈당
1) 스트레스와 반응성 저혈당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 분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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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 호르몬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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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에서 당을 꺼내 쓰게 해서
◦
혈당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지만,
•
만성 스트레스 상태가 되면
◦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고,
◦
혈당이 크게 오르내리는 패턴을 고착시키기도 합니다.
반응성 저혈당이 있는 분들은
조금만 혈당이 떨어져도 이 스트레스 시스템이 과하게 반응해
“공황 같은 느낌” “갑자기 밀려오는 불안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2) 갑상선 기능저하와 저혈당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면 기초대사율이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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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에서 포도당을 만들어내는 속도도 늦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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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직이 포도당을 이용하는 능력도 둔해집니다.
•
식욕이 줄거나 식사를 자주 거르게 되면
저혈당 에피소드가 더 쉽게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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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고 추위를 많이 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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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만 늦어져도 혈당이 훅 떨어지는 느낌이 있다면,
갑상선 기능도 같이 체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7. 저혈당이 있으면 나중에 당뇨가 되나요?
정답은 “무조건 그렇지는 않다” 입니다.
하지만 연구들에서는,
•
반복되는 저혈당 에피소드와
•
이미 존재하는 인슐린저항성이 겹칠 경우,
장기적으로 제2형 당뇨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즉,
지금의 저혈당 증상은
“당뇨 전 단계에서 몸이 보내는 조기 경고”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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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검사 상 당화혈색소는 아직 괜찮은데”
•
“이상하게 식후·식간 저혈당 증상이 심하다”
면 그냥 넘기지 말고, 생활습관과 대사를 재정비해야 하는 타이밍으로 보시는 게 좋습니다.
8.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저혈당 예방 전략
1) 식사 패턴 재정비
•
끼니 거르지 않기
◦
아침을 습관적으로 거르는 분들에서 저혈당이 더 잦습니다.
•
정제 탄수화물 단독 식사 피하기
◦
흰빵+커피, 떡+음료수처럼
“탄수화물만 튀어나온 식사”는
혈당을 빠르게 올렸다가 빠르게 떨어뜨립니다.
•
매 끼니에 단백질+지방 같이 넣기
◦
단백질과 지방은 위 배출을 늦춰
혈당이 완만하게 오르도록 도와줍니다.
◦
채소·약간의 통곡물 같은 섬유질은
탄수화물 흡수를 천천히 만들어 주긴 하지만,
SIBO를 심화시키므로 소량 완전 익힘의 형태로 드실 것을 추천합니다.
•
긴 회의·수술·강의가 있는 날은 미리 준비된 간식 챙기기
◦
삶은 계란, 치즈, 견과류 소량 등
‘당을 급히 올렸다가 또 떨어뜨리지 않을 간식’이 좋습니다.
2) 응급용 ‘빠른 탄수화물’을 항상 준비하기
저혈당이 의심되는 순간에는,
•
15–20g 정도의 빠른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
15분 후 혈당이나 증상을 다시 확인하는 15-15 룰이 권장됩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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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당 정제
•
과일주스 반 컵
•
설탕물, 꿀 한 스푼 등
단, 이건 “응급 상황에서만” 쓰는 방법이고,
평소 식단을 이런 식으로 구성하시면 오히려 더 출렁임이 심해집니다.
3) 운동과 저혈당
운동은 인슐린 감수성을 좋게 만들어
장기적으로 혈당 관리에 큰 도움이 됩니다.
다만,
•
인슐린 주사를 맞는 분
•
저녁 늦게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분
이라면,
•
운동 전·후 간단한 혈당 체크 또는
•
내 몸 패턴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
저녁 강도 운동 후에는 베이설 인슐린 용량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어,
이 부분은 처방한 주치의와 상의가 필요합니다.
4) 알코올 & 야식 패턴
•
공복에 술만 마시는 패턴은
간이 알코올 해독에 에너지를 먼저 쓰게 만들고,
그 사이에 혈당 조절 기능이 떨어져 저혈당 위험이 커집니다.
•
야간에만 저혈당 증상이 있는 분들 중에는
◦
술 + 늦은 운동
◦
불규칙한 야식
◦
수면무호흡증
이 겹쳐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
머리가 아프고
•
이상하게 피곤하고
•
새벽에 자주 깨는 분들은
야간 저혈당 + 수면장애 가능성도 함께 보는 것이 좋습니다.
5) 약물·호르몬·보충제 체크
저혈당을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약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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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 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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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폰요소제 (glipizide, glyburide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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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혈당강하제, 기타 당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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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베타차단제, 항생제, 신장·소화기 관련 약
•
피임약: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혈당 변동성을 키울 수 있음
새로 시작한 약 이후 저혈당 증상이 생겼다면
처방한 의사와 꼭 상의해서 약 조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기능의학적 관점에서,
개인 상황에 따라 다음과 같은 보조 접근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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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네슘, B군 비타민, 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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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세균/곰팡이균 과증식을 억제하는 항균, 항진균 성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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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조절에 쓰이는 일부 허브(예: 계피, 페뉴그릭, 여주 등)
다만, 이 부분은 반드시 개인의 상태와 약물 상황을 보고 맞춤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9. 마무리 – “혈당 검사 정상인데요”에서 끝나지 말기
저혈당은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
장 건강,
•
스트레스와 부신 기능,
•
갑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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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저항성과 대사 유연성 전체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
밥만 늦어져도 손이 떨리고
•
식후에 유난히 졸리고 멍하고
•
불안·가슴 두근거림이 자주 반복된다면
“혈당은 정상입니다” 한 줄로 끝내지 마시고,
왜 내 몸이 이렇게 과하게 롤러코스터를 타는지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셔도 좋겠습니다.
필요하다면,
•
식사 패턴,
•
장 상태,
•
갑상선·부신 호르몬,
•
약물·보충제,
•
수면과 스트레스 패턴까지 함께 보면서
‘나만의 저혈당 관리 전략’을 세워드릴 수 있습니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너무 늦기 전에 같이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