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소개
이훈희 원장님의 기능의학
🍚

밥만 먹으면 손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숨은 원인, ‘저혈당(반응성 저혈당)’ 체크해보셔야 합니다

“식사 조금만 늦어지면 손이 덜덜 떨려요.”
“밥 먹고 나면 졸리고 멍해져요.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해지기도 하고요.”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들 중 하나입니다.
혈당이라고 하면 대부분 ‘당뇨병, 고혈당’을 먼저 떠올리지만, 너무 낮은 혈당(저혈당) 역시 우리 몸에 큰 스트레스를 주는 상태입니다.
오늘은
저혈당이 왜 문제인지
반응성 저혈당 vs 공복 저혈당의 차이
장 건강·갑상선·스트레스와의 연관성
그리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저혈당 예방법
을 기능의학적인 관점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1. 저혈당, 숫자로 보면 어디부터 문제일까?

혈당은 우리 몸의 기본 연료입니다. 뇌, 심장, 근육이 모두 포도당을 써서 움직입니다.
일반적으로
공복 혈당 70mg/dL 미만 → ‘저혈당’으로 봅니다.
당뇨가 없는 사람의 경우, 55mg/dL 이하로 떨어지면 임상적인 저혈당으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
혈당이 얼마나 빨리 떨어졌는지,
그때 몸이 어떤 증상으로 신호를 보내는지 입니다.

2. 저혈당일 때 몸에서 나타나는 신호들

저혈당 증상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멘탈 문제’로 오해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증상들:
손 떨림, 몸이 덜덜 떨리는 느낌
식은땀, 얼굴이 확 달아오름
갑자기 밀려오는 강한 배고픔
어지러움, 멍함, 집중력 저하
가슴 두근거림, 불안·초조, 짜증
두통, 시야가 흐려짐
심해지면
말이 꼬이고
방향 감각이 떨어지고
의식소실, 경련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에피소드가 반복되면 ‘저혈당 인지 능력’이 떨어져서 본인도 눈치 못 채는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3. 두 가지 저혈당:

반응성(식후) vs 비(非)반응성(공복)

1) 반응성 저혈당 (식후 저혈당)

가장 흔한 타입입니다.
식사 후 1–4시간 내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갔다가
인슐린이 과하게 분비되면서
반동처럼 혈당이 너무 아래로 떨어지는 패턴입니다.
이런 분들은 대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밥 먹고 나면 갑자기 졸리고,
2–3시간 지나면 손이 떨리고 당이 떨어지는 느낌이 나요.”
반응성 저혈당은
초기 인슐린저항성의 신호일 수도 있고,
앞으로 제2형 당뇨로 진행될 가능성을 알려주는 경고등일 수 있습니다.

2) 비반응성(공복) 저혈당

식사와 상관없이, 혹은 오랫동안 공복 상태일 때 생기는 저혈당입니다.
원인으로는:
특정 약물 (인슐린, 설폰요소제, 기타 혈당강하제 등)
과도한 음주(특히 안주 없이 마시는 술)
심한 간, 신장, 심장 질환
매우 드문 경우, 췌장 인슐린 분비 종양
심한 영양결핍, 섭식장애
비반응성 저혈당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꼭 병원에서 정밀 검사가 필요합니다.

4. “혈당은 괜찮다는데 왜 이렇게 불안하고 심장이 뛰어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하나.
우리가 느끼는 덜덜 떨림, 불안, 심장 두근거림
‘혈당 숫자’ 자체 때문에만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혈당이 떨어질 때 몸은 살기 위해 이런 호르몬들을 동원합니다.
글루카곤
아드레날린(에피네프린)
코르티솔
성장호르몬 등
이 호르몬들은:
간에서 저장된 당을 꺼내 쓰게 하고
단백질·지방을 분해해서 포도당을 만들게 하면서
혈당을 다시 끌어올립니다.
그 과정에서 심장이 빨리 뛰고, 불안하고,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나는 부작용이 같이 따라옵니다.
특히 아드레날린에 예민한 분들은, 혈당이 조금만 흔들려도
“공황 발작 같아요”, “불안장애인 줄 알았어요”
라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5. 장 건강과 반응성 저혈당의 연결고리

혈당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탄수화물, 인슐린”만 떠올리지만,
장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역시 혈당 조절에 깊게 관여합니다.
장내 세균이 만드는 단쇄지방산(SCFA)
인슐린 감수성을 좋게 하고
GLP-1 같은 호르몬 분비를 도와
혈당이 급격히 출렁이는 것을 완충해줍니다.
반대로, 장내 세균 구성이 깨지고(장내 이상증균, dysbiosis)
장누수(leaky gut)가 심해지면
염증이 올라가고
인슐린 저항성이 악화되면서
혈당이 쉽게 오르고, 쉽게 떨어지는 몸이 됩니다.
그래서 반응성 저혈당이 있는 분들을 보면
SIBO(소장세균과증식)
만성 설사/변비
복부 팽만, 가스
같은 장 증상을 같이 안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6. 스트레스·갑상선·부신과 저혈당

1) 스트레스와 반응성 저혈당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 분비됩니다.
처음에는 이 호르몬들이
간에서 당을 꺼내 쓰게 해서
혈당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지만,
만성 스트레스 상태가 되면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고,
혈당이 크게 오르내리는 패턴을 고착시키기도 합니다.
반응성 저혈당이 있는 분들은
조금만 혈당이 떨어져도 이 스트레스 시스템이 과하게 반응해
“공황 같은 느낌” “갑자기 밀려오는 불안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2) 갑상선 기능저하와 저혈당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면 기초대사율이 떨어집니다.
간에서 포도당을 만들어내는 속도도 늦어지고
근육·조직이 포도당을 이용하는 능력도 둔해집니다.
식욕이 줄거나 식사를 자주 거르게 되면
저혈당 에피소드가 더 쉽게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피곤하고 추위를 많이 타면서
밥만 늦어져도 혈당이 훅 떨어지는 느낌이 있다면,
갑상선 기능도 같이 체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7. 저혈당이 있으면 나중에 당뇨가 되나요?

정답은 “무조건 그렇지는 않다” 입니다.
하지만 연구들에서는,
반복되는 저혈당 에피소드
이미 존재하는 인슐린저항성이 겹칠 경우,
장기적으로 제2형 당뇨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즉,
지금의 저혈당 증상은
“당뇨 전 단계에서 몸이 보내는 조기 경고”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혈액검사 상 당화혈색소는 아직 괜찮은데”
“이상하게 식후·식간 저혈당 증상이 심하다”
그냥 넘기지 말고, 생활습관과 대사를 재정비해야 하는 타이밍으로 보시는 게 좋습니다.

8.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저혈당 예방 전략

1) 식사 패턴 재정비

끼니 거르지 않기
아침을 습관적으로 거르는 분들에서 저혈당이 더 잦습니다.
정제 탄수화물 단독 식사 피하기
흰빵+커피, 떡+음료수처럼
“탄수화물만 튀어나온 식사”는
혈당을 빠르게 올렸다가 빠르게 떨어뜨립니다.
매 끼니에 단백질+지방 같이 넣기
단백질과 지방은 위 배출을 늦춰
혈당이 완만하게 오르도록 도와줍니다.
채소·약간의 통곡물 같은 섬유질은
탄수화물 흡수를 천천히 만들어 주긴 하지만,
SIBO를 심화시키므로 소량 완전 익힘의 형태로 드실 것을 추천합니다.
긴 회의·수술·강의가 있는 날은 미리 준비된 간식 챙기기
삶은 계란, 치즈, 견과류 소량 등
‘당을 급히 올렸다가 또 떨어뜨리지 않을 간식’이 좋습니다.

2) 응급용 ‘빠른 탄수화물’을 항상 준비하기

저혈당이 의심되는 순간에는,
15–20g 정도의 빠른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15분 후 혈당이나 증상을 다시 확인하는 15-15 룰이 권장됩니다.
예:
포도당 정제
과일주스 반 컵
설탕물, 꿀 한 스푼 등
단, 이건 “응급 상황에서만” 쓰는 방법이고,
평소 식단을 이런 식으로 구성하시면 오히려 더 출렁임이 심해집니다.

3) 운동과 저혈당

운동은 인슐린 감수성을 좋게 만들어
장기적으로 혈당 관리에 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인슐린 주사를 맞는 분
저녁 늦게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분
이라면,
운동 전·후 간단한 혈당 체크 또는
내 몸 패턴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녁 강도 운동 후에는 베이설 인슐린 용량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어,
이 부분은 처방한 주치의와 상의가 필요합니다.

4) 알코올 & 야식 패턴

공복에 술만 마시는 패턴
간이 알코올 해독에 에너지를 먼저 쓰게 만들고,
그 사이에 혈당 조절 기능이 떨어져 저혈당 위험이 커집니다.
야간에만 저혈당 증상이 있는 분들 중에는
술 + 늦은 운동
불규칙한 야식
수면무호흡증
이 겹쳐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아프고
이상하게 피곤하고
새벽에 자주 깨는 분들은
야간 저혈당 + 수면장애 가능성도 함께 보는 것이 좋습니다.

5) 약물·호르몬·보충제 체크

저혈당을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약물들:
인슐린 제제
설폰요소제 (glipizide, glyburide 등)
일부 혈당강하제, 기타 당뇨약
일부 베타차단제, 항생제, 신장·소화기 관련 약
피임약: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혈당 변동성을 키울 수 있음
새로 시작한 약 이후 저혈당 증상이 생겼다면
처방한 의사와 꼭 상의해서 약 조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기능의학적 관점에서,
개인 상황에 따라 다음과 같은 보조 접근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마그네슘, B군 비타민, 크롬
장내 세균/곰팡이균 과증식을 억제하는 항균, 항진균 성분
혈당 조절에 쓰이는 일부 허브(예: 계피, 페뉴그릭, 여주 등)
다만, 이 부분은 반드시 개인의 상태와 약물 상황을 보고 맞춤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9. 마무리 – “혈당 검사 정상인데요”에서 끝나지 말기

저혈당은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장 건강,
스트레스와 부신 기능,
갑상선,
인슐린저항성과 대사 유연성 전체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밥만 늦어져도 손이 떨리고
식후에 유난히 졸리고 멍하고
불안·가슴 두근거림이 자주 반복된다면
“혈당은 정상입니다” 한 줄로 끝내지 마시고,
왜 내 몸이 이렇게 과하게 롤러코스터를 타는지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셔도 좋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식사 패턴,
장 상태,
갑상선·부신 호르몬,
약물·보충제,
수면과 스트레스 패턴까지 함께 보면서
‘나만의 저혈당 관리 전략’을 세워드릴 수 있습니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너무 늦기 전에 같이 읽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