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까지 피곤하고 예민해졌는지”를 설명해 주는 또 하나의 언어
이 페이지는
•
MTHFR 유전자변이가 있다고 들으셨거나
•
메틸레이션, 호모시스테인, SAMe 같은 말이 낯설지만 자꾸 눈에 들어오고
•
장/호르몬/기분/피로가 한 덩어리로 엉켜 있는 느낌이 드는 분들을 위한 안내서입니다.
어려운 유전학 강의가 아니라,
“내 몸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설명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1. MTHFR 유전자변이란 무엇인가요?
MTHFR은
엽산을 활성형 엽산(5-MTHF)으로 바꿔주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입니다.
이 효소가 잘 작동해야,
•
호모시스테인을 메티오닌으로 되돌리고
•
거기서 다시 SAMe가 만들어져
•
우리 몸 곳곳에서 메틸레이션(메틸 붙이기 작업)을 잘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에게서 흔히 보이는 대표적인 변이가
•
C677T
•
A1298C
같은 형태인데,
MTHFR 기능이 떨어진다는 말은 곧
“메틸레이션 연료(SAMe)를 만드는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는 뜻이고,
이는 결국 해독, 에너지, 신경전달물질, 호르몬, 염증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2. 메틸레이션이란?
내 몸에 라벨을 붙이거나 떼는 조절 스위치
“메틸레이션”은 화학적으로 **메틸기(CH₃)**라는 작은 조각을
다른 분자에 붙이거나 떼는 반응입니다.
조금 쉽게 말하면,
우리 몸의 여러 분자에 “라벨을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
켤 것은 켜고
•
잠재울 것은 잠재우고
•
치울 것은 치우게 만드는 시스템이라고 보셔도 좋습니다.
예를 들면,
•
DNA에 메틸기가 붙으면
→ 특정 유전자가 “묵음 처리”되어 발현이 꺼질 수 있고
•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에 메틸기가 붙으면
→ 그 물질의 활성이 줄어들거나, 배출되기 쉬운 형태로 바뀝니다.
이 메틸레이션이라는 조절이 잘 되어야
•
세포가 필요할 때 잘 자라고, 필요 없을 땐 멈추고
•
DNA가 제때 복구되고
•
간 해독과 항산화 시스템이 돌아가고
•
염증과 면역 반응이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게 조절됩니다.
3. 메틸레이션을 돕는 효소와 연료들
메틸레이션 작업을 하는 효소들을 묶어서
“메틸트랜스퍼레이스(메틸전달효소)”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
COMT: 에스트로겐, 도파민, 아드레날린 같은 물질을 분해/정리
•
HNMT: 히스타민을 메틸화해서 분해
•
DNMT: DNA에 메틸기를 붙여 유전자 발현을 조절
공통적으로 SAMe라는 물질을
“메틸 연료”로 쓰면서 일을 합니다.
SAMe를 만들고 재활용하는 데는
•
메티오닌(단백질)
•
엽산(B9), 비타민 B12
•
콜린 → 베타인(BHMT 경로)
•
비타민 B2, B6, 마그네슘 등
이 같이 관여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MTHFR 변이가 있다 / 없다”만 보는 게 아니라,
“메틸 연료(SAMe)를 잘 만들고,
재충전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는지”
를 전체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저메틸(메틸 부족) 상태가 되면 어떤 일이 생기나요?
메틸레이션이 부족해지는 저메틸 상태에서는
•
호모시스테인이 잘 정리되지 않고 쌓이거나
•
DNA/세포 복구 속도가 떨어지거나
•
해독 효소가 충분히 일을 못 해서 피로/두통/염증이 늘어날 수 있고
•
신경전달물질 생성/분해 균형이 깨져
우울감, 불안, 브레인 포그, 동기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메틸 영양제를 과도하게 써서 과메틸 상태가 되면
•
불안/초조
•
잠이 더 깨는 느낌
•
머릿속이 과속하는 느낌
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많이 넣는 것”이 아니라 **균형(적정 수준)**입니다.
지금 내 몸이 저메틸 쪽에 치우쳐 있는지,
아니면 특정 조건에서 과메틸 쪽으로 기울기 쉬운지
체계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5. MTHFR 변이 + 한국인의 식단 = 왜 문제가 될 수 있을까요?
한국인의 전형적인 자연식/채소 위주 식단이
항상 “건강 그 자체”는 아닐 수 있습니다.
특히 MTHFR 변이를 가진 분들에게는 더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
마늘, 양파, 각종 향신채와
•
발효/절임/묵은 음식 위주의 식단
•
곡물/통곡/나물/해조류 비중이 매우 높은 식단
은 소장 세균/곰팡이가
좋아할 만한 조건을 만들어 주기 쉽습니다.
이때
•
위산, 담즙, 췌장액 분비가 떨어져 있거나
•
장 연동운동이 느리거나
•
장 점막/점액층/분비형 IgA가 약해져 있으면
SIBO(소장 세균 과증식),
SIFO(소장 곰팡이 과증식)가 발생하기 쉬워집니다.
MTHFR 변이가 있고 메틸레이션 효율이 떨어진 상태에서
이런 SIBO/SIFO가 겹치면,
•
세균/곰팡이가 내는 독소/대사산물이 간으로 계속 올라가고
•
이를 처리/해독하는 과정에서
메틸 연료(SAMe)가 과도하게 소모되며
•
담즙/장세포 회복/면역까지 함께 지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즉,
“열심히 자연식/채식/발효식을 했는데
오히려 더 피곤하고, 붓고, 장이 뒤틀리는 느낌”
이라면,
내 몸의 메틸레이션, 담즙, 장 상태와의 궁합을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6. MTHFR 변이와 연결되는 컨디션들
MTHFR 변이와 저메틸 상태는 여러 축과 얽혀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문제들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
SIBO, SIFO
•
담즙 정체/담석, 지방간
•
갑상선 호르몬 말초 전환 장애(T4→T3)
•
부신 기능 부조(스트레스 축 피로)
•
에스트로겐 우세, 갱년기 증상 악화
•
히스타민 불내증, 만성 두드러기/비염/두통
•
카테콜아민 기능 부조(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 쪽)
•
세로토닌/멜라토닌 대사 문제(수면/기분/주야 리듬)
•
콜린 결핍(지방간, 담석, 인지 기능, 신경막 문제 등)
모든 것을 MTHFR 탓으로 돌리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메틸레이션과 MTHFR이
이런 문제들의 뿌리 쪽에 걸려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는 점을 알고,
조금 더 체계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7. 여성, 특히 폐경 이행기에서 왜 더 중요해질까요?
여성에서는
에스트로겐 우세와 메틸레이션 문제가
서로를 증폭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
에스트로겐은 간에서 메틸레이션/해독 과정을 거쳐야 정리가 되고
•
메틸 연료(SAMe)가 부족하면
에스트로겐 대사가 느려져 체내에 많이 남기 쉽고
•
남아 있는 에스트로겐은 DAO를 억제해
히스타민 분해를 방해하고
•
히스타민은 다시 에스트로겐 분비와 유리를 자극해서
에스트로겐 우세와 히스타민 불내증이 서로 악순환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콜린입니다.
•
MTHFR 변이가 있으면
베타인(콜린 유래)을 많이 끌어다 쓰는 방향으로
대체 메틸 경로가 돌아가기 쉽고
•
폐경 이후에는 에스트로겐이 떨어지면서
콜린을 만들어주는 PEMT 효소 활성도 같이 떨어져
콜린 결핍이 더 쉽게 심해질 수 있습니다.
콜린은
•
신경막
•
담즙 생성
•
아세틸콜린(기억/인지/위산/담즙 분비 등)
에 중요하기 때문에,
완경 이후의 피로, 인지 저하, 담석/지방간, 소화 문제 등과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결국,
“폐경을 잘 준비한다”는 말 속에는
메틸레이션과 콜린, 에스트로겐 대사를 잘 관리한다는 의미가
동시에 들어 있다고 보셔도 좋습니다.
8. 그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체크 포인트와 도움이 필요한 순간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단순한 영양제 추가나 식단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조금 더 구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MTHFR 변이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듣지 못한 경우
•
식단/운동/영양제를 나름 열심히 했는데
피로, 붓기, 장 문제, 불안, 브레인 포그가 여전한 경우
•
식물성 위주, 자연식, 발효식, 통곡 식단을 오래 했는데
SIBO, SIFO, 복부팽만, 알레르기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느낌인 경우
•
30대 중반 이후, 에스트로겐 우세/갱년기 증상이 심해지면서
두통, 두드러기, 불면, 심계항진, 불안이 같이 겹쳐가는 경우
•
지방간, 담석, 갑상선, 자가면역, 장 문제, 호르몬 문제 등이
“리스트처럼” 같이 붙어 있는 경우
이럴 때는
MTHFR 하나만 떼어 볼 게 아니라,
•
메틸레이션 회로 전반
•
장/담즙/간 해독 축
•
호모시스테인/영양 상태
•
여성/남성 호르몬, 부신, 갑상선 축
•
환경 독소, 장내 세균 상태
를 함께 보는 평가와 맞춤 전략이 필요합니다.
9. 진료실에서의 접근
저는 MTHFR 변이와 메틸레이션을
“특이한 유전자 취미”로 보는 게 아니라,
내 몸의 해독/에너지/뇌/호르몬/면역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고, 어디에서부터 삐끗했는지
읽어내는 하나의 언어
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진료에서는
1.
이야기 듣기
•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어떤 증상들이 쌓여왔는지
2.
기초 검사와 기능의학적 검사 조합
•
혈액, 소변, 대변, 호르몬, 장, 영양, 독소 등
3.
메틸레이션/MTHFR/장/호르몬/간/부신을
하나의 회로로 통합해서 해석
4.
당신에게 맞는 순서와 강도로 조정하는 계획
•
식단/영양/수면/스트레스/환경/필요한 보충/치료의 조합
을 통해,
“내가 왜 이렇게까지 피곤하고 예민해졌는지”에
조금 더 명확한 설명을 붙여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MTHFR 유전자변이 자체가
“운명”이나 “병명”은 아닙니다.
다만,
어떤 환경과 식단, 스트레스, 생활 패턴 속에서 살고 있는지를
조금 더 세심하게 관리해 줘야 한다는 힌트에 가깝습니다.
이 페이지가,
내 몸을 이해하는 데 하나의 언어를 더 얻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필요하다면,
우리는 이 언어를 진료실에서 실제 전략으로 바꾸는 일을
함께 해 볼 수 있습니다.
